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여동생인 이레네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루디아나는 이 모든 게 친부 요나스의 탓이라 여겼다. 이레네의 장례식에서 요나스를 찔러 죽이고 패륜범으로 끌려가던 중, 루디아나는 칼로스를 마주친다. 자신처럼 친부에게 버림받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칼로스. 나도 인생을 스스로 개척했다면 지금과 결과가 달랐을까…? “패륜 범죄자 루디아나의 형을 집행한다.” 아릿한 미소와 함께 눈을 감은 루디아나는 어머니가 죽기 전으로 회귀한다. 더는 멍청하게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 루디아나의 엄마인 로젤린은 결심한 듯 그녀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 네 말이 맞구나. 조용히 시골에서 지내더라도 지금보단 행복할지도 모르겠어.” “그럼요.” 그녀를 따라 루디아나도 싱긋 웃어 보였다. ‘아뇨, 어머니. 저는 조용히 살 생각 없어요.’
"환장하겠네." 흠칫. 제 말에 놀란 라리사가 그대로 입을 틀어막았다. 남편인 황태자의 여성 편력으로 술독에 빠져 살던 라리사는 그대로 생을 마감했다. 참으로 허망한 삶이었다. 그런데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결혼 전으로 회귀했다. '어떻게든 결혼을 막아야 돼.' 망한 결혼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사교계 여왕이 아닌 망나니가 되고자 한다. 한데, 자꾸만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었거든요. 레이디 블라디미르는 저 때문에 돌부리에 넘어지고, 최근엔 드레스가 마음에 안 들고, 또...." "잘 들어요, 그건 다 개뼈다귀 같은 소리니까." 그저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괴팍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악녀가 저를 동경하질 않나. "파트너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불한당이라는 공작이 파트너 신청을 하질 않나. 이젠 하다 하다 황태자 경합에까지 함께 나가자는데. 분명 결혼을 피하려 했을 뿐인데, 대체 일이 왜 이렇게 됐지?
언니, 폐위되는 걸 너무 억울해하진 않았으면 해요. 언니를 불행하게 만든 건 내가 아니지만, 날 불행하게 만든 건 언니니까. 황제가 된 어린 남동생이 죽고, 늘 홀대받던 이복언니가 황제가 됐을 때. 에블린은 슬프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라 여겼다. 자유로워진 이복언니, 메리와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이 온실 속 화초로 자란 제 만용이었음을 곧 깨달았다. "날 왜, 폐하께서 내게 왜!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뭐, 당신 잘못이 아니긴 해. 하지만 원죄라는 게 있잖아?" "……." "근데 이미 죽은 자들에게 복수할 순 없으니 어쩌겠어?" "제발!" "대신 당신을 망가뜨릴 수밖에." 온 마음을 다 바쳤던 두 번째 삶의 끝에 에블린은 다짐했다. 메리를 몰아내고 이번에는 기필코 살아남겠노라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더는 두려워할 것도 없다. 살기 위해 언니를 폐위시키고 직접 황제가 될 것이다. *** "황제에게 나와의 결혼을 주청해." 작은 횃불이 일렁이며 만들어낸 그림자 속 에이든의 수려한 얼굴이 일순 굳었다. "그리고 나와 함께 황위 찬탈에 동참하도록 해." "……." "답은 사흘 뒤, 이곳에서 다시 듣도록 하지." 당황해서 얼어붙은 그를 두고 에블린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