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약혼녀가 이 침실 안에 있다.” “폐하를 뵈어야겠다!! 어서 물러서라!!! 감히 누구를 막는단 말이냐!!” 라라엘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졌다.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 윙윙거리며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몸을 뒤척이다가 문득 기이함을 느꼈다. 왜 자신이 아직 살아 있는 거지? 두 눈을 번쩍 뜬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자신과 한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고 숨이 멎을 뻔했다. 놀란 라라엘은 이불을 끌어안고 뒤로 물러나며 앉았다. 황금빛 머리카락 그리고 잘 빚은 조각처럼 잘생긴 얼굴, 제국의 태양이라고 불리는 남자이자, 자신의 남편이었던 황제, 에드워드였다. 왜 이 남자가 여기 있는 거야? 밖에서 소리치고 있는 남자는 그녀의 약혼자이자 황제의 동생인 벨라우스 대공이었다. “물러나지 않으면 다 죽이겠다.” “반역입니다.” “내 약혼녀가 이 침실 안에 있다.” 라라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 상황, 겪은 적이 있다. 모든 것이 이때부터였다. 모든 것이 어긋났던 때가. 자신이 왜 이런 상황을 다시 겪고 있는 거지?
평범한 악녀 빙의물인 줄 알았는데…… 남주가 백치면 어떡하죠? 평소와 다름없이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더니…… 피폐물 로판에 빙의하고 말았다. 그것도 남주와 여주 사이를 갈라놓으려다 살해당하는, 뻔하디뻔한 악역에. 문제는 남주가 바로 내 남편이라는 거고 더 문제는 내 남편이 백치라는 거고 더 더 문제는 남편의 백치 행동은 사실은 위장이고, 나는 그걸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것! 제국에서 남주 다음으로 머리가 텅텅이라는 악역 부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꼬이고 꼬인 속 터지는 상황이라니. 나 과연 이 소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 * “벨벨, 방금 그 모지리 같던 아저씨들은 누구야?” 백치인 척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 것은 레온의 특기였다. “누굴까? 맞혀 봐요.” “모르겠어!!!” “그래요, 잘했어요. 몰라도 되는 사람이지요.” 레온은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자, 우리 공작님. 이제 공부할 시간이에요. 오늘은 무슨 공부를 할까? 이건 배웠나? 1 더하기 1은?” “……3.” 애쓴다. 우리 공작님. “정답!!! 천재네, 우리 공작님. 오늘도 열심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