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혼처가 정해진 공주를 선선히 바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살인귀라 소문난 내게.” 사내는 마치 인외의 존재처럼 섬뜩하게 잘 빚어진 얼굴을 갖고 있었다. 이눕트 제국의 황태자, 카시야스 데 하비에르. 황제에게 오직 승리만을 안겨다 준 뛰어난 책략가. 동시에, 자신의 침실에 들인 여인들을 매일 아침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만든다는 음흉한 살인귀. 이런 사내에게 보니타는 원수의 딸을 대신해 공녀로 바쳐졌다. 죽음 앞에서, 그녀는 황태자와 목숨을 건 거래를 한다. “나와 몸을 섞은 여인은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몸을 섞는다는 카시야스의 말에, 보니타가 흠칫하고 어깨를 떨었다. “선택은 그대가 하는 겁니다만,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기회를 두 번 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