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녀에게 베일을 씌우세요.” 귀족의 왕. 윈체스터 발렌틴 공작. 그와의 결혼식에서 도망친 여주인을 대신해, 하녀 리즈는 그의 가짜 아내가 되었다. 그 꿈결 같은 1년 후, 남편의 진짜 아내가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정말 내 아내가 되기를 원치 않습니까. ” “전 가짜잖아요. 하녀 따위가 감히 어떻게….” 이제는 떠날 시간이었다. *** “여보, 라니. 너는 내 아내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그, 그건… 죄송합니다.” “나는 네 주인이다. 네가 바랐기에 그리되었지.” 발렌틴이 리즈의 뺨을 엄지로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익숙한 손길이건만, 지금은 이상할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그러니 나 윈체스터 공작은 네가 저택을 떠나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 발렌틴은 싸늘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너는 내 하녀다.”
“걱정하지 말라고. 귀한 땅에 개의 씨를 뿌려서 잡종을 볼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타락한 황실의 암투에 휘말린 황녀, 이본느. 섬에 유폐당해 평생을 인내했건만. “당신을 팔아넘긴 황제, 당신의 계모인 멍청한 황비. 그 대단한 오멜라 황가의 존속이 내 다리 사이에 달려 있군.” 돌아온 것은 혁명군의 수장 빅터와의 결혼이었다. -추악한 이본느, 사치스러운 이본느. 어리석고 냄새나는 반편이 황녀! 이본느를 오해하는 국민들. 제국의 몰락을 방관하는 무능한 황제. 이국에서 온 수상한 정부 에리카. 그리고 황실을 증오하는 남편, 빅터까지. 이본느 도로테아의 몫은 쓰디쓴 고난뿐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기라도 한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본느 폐하 만세!” “오멜라의 영광을 위하여!” 국민들은 이본느의 이름을 외치고. “당신이든, 당신 아이든. 당신 나라든. 당신 이름이 붙은 모든 것은 내가 지킬 겁니다.” 혁명군의 수장은 제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