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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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비틀려다 북부 대공을 유혹해버렸다

외전까지 싹싹 긁어 몇 번이나 다시 읽었던 최애 로판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하필 황태자와 약혼한 뒤 비참한 최후를 맞는 한심한 악녀인 공녀로.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원작을 비틀기로 결심했다. 우선 황태자와의 약혼을 부탁하러 가는 공작 아빠부터 잡아 세웠다. “저 북부 대공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런데. “북부 대공과의 약혼서를 가져왔다, 리리!” 며칠 뒤, 이 미친 아빠가 황태자 대신 북부 대공과의 약혼서를 들고 왔다. “나를 오랫동안 좋아했다고, 공녀.” 그것도 북부 대공의 실사판까지 달고서. 아니, 이거 보세요. 아부지……. *** 더 큰 문제는……. 원작 남주인 북부 대공이 작정하고 날 유혹하고 있다. “알고 있어? 그대의 눈이 내 마음을 얼마나 어지럽히는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다정한 말투와 자상한 표정으로 작정하고 날 홀리려 든다. 하지만 결국 원작을 거스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파혼 신청서를 냈더니……. “후회라면 나를 이용하기 전에 했어야 해.” 왜 갑자기 원작에도 없던 감금 키워드가 붙은 거죠?!

후회가 네 목을 조를 때

“오늘 비올렛의 방에서 잘 거야. 분명히 그대도 허락한 일이지.” 우리가 처음 결혼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그는 비가 오는 날 밤이면 다른 여자의 방에서 자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그땐 정말로 괜찮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남편을 사랑했다.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아, 이제 이 관계를 끝낼 때가 왔구나. 그리고 그날, 나는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시 눈을 떴을 땐 과거로 되돌아와 있었다. 한 번 죽었다 살아난 탓일까. 이번만큼은 나를 위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집을 떠나 숲속 작은 오두막에서 전원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곳에 숨으면 내가 못 찾을 거라고 생각했나? 죽음은 내게서 그대를 데려가지 못해, 제이나.” 남편이 나를 찾아왔다. 그것도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서. 거기다 아무래도…. “그대가 몇 번을 죽어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나는 그대를 내 아내로 만들 거다.” 내 남편이 나처럼 회귀를 한 것 같다.

저기, 애 아빠는 넌데요?

업보 쌓고 데굴데굴 구르는 후회물 소설 속 남주의 업보 1에 빙의했다. 바로 남주와 한침대를 쓰는 그의 정부로. 여주 오라비에게 목이 잘리는 원작 속 최후를 피하기 위해  여주가 남주와 결혼을 하기 전에 대공성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엔델리에 그대가 살 저택을 마련해 뒀어. 작은 마을이라 알아보는 이들도 없을 테니 지내는 데에 큰 불편함은 없을 거야.” 원작과 달리, 남주가 나를 먼저 버렸다. *** 칼데온에게 버려진 후 시골 마을에서 살아가던 어느 날. “우우욱.” “임신하셨습니다, 엔리아 님.”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걸 알아버렸다. ‘임신이라니….’ 이건 원작에 없던 내용이었다.  바뀐 원작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령 마을에 숨어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 “설마, 그 아이 때문에 내게서 도망을 친 건가?” 나를 버렸던 칼데온이 누구 하나 살인하고도 남을 것 같은 얼굴로 나타났다. “아이는 살려주지. 대신 아이의 아비는 죽여야겠으니 누구인지 말해, 엔리아.” …저기, 애 아빠는 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