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너스의 잃어버린 아들이 돌아왔다. 모두가 돌아온 루드를 반길 때, 메르체는 오히려 순순히 물러나 떠날 준비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선지 섬뜩하리만치 맹목적인 루드의 집착은 메르체를 내몰기 시작했다. “네가 원하는 그 사랑. 넘치도록, 아주 질릴 만큼 줄게. 너는 내 사랑을 욕망하고, 나는 널 욕망하는 거야. 우린 그저 서로의 욕망만 채워 주면 돼.” 루드는 끊임없이 제 곁에 머무를 것을 강요하며 메르체를 궁지로 몰았다. “당신에게 다정했던 것을 후회합니다. 당신에게 내어준 작은 정조차도 후회해요.” “그 말을 바랐어. 난 네가 보여 주는 다정이 싫었거든.” 루드가 메르체를 보며 잔인하게 웃었고, 그녀는 처음으로 제 다정함을 후회했다. *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헤어나올 수 없는 늪만 같던, 그 잔인한 남자에게서 도망칠 기회. 메르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망쳤다. “메르체! 제발, 거기 멈춰… 당장!” 절박하게 쫓아오는 루드를 무릎 꿇리는 일은 생각보다 더 짜릿하고, 유쾌했다. “아직도 모르는군요. 당신에겐 날 강제할 자격도, 권리도 없습니다.” 그러니 루드. “내게 명령하지 말아요.” 흩날리는 눈속에서 메르체가 웃었다. 이제는 그녀도 그에게 오만할 자격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