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
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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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였던 공작이 이제 와 집착하는 이유

“왜 저에게 잘해주셨어요? 남들처럼 비웃거나, 모르는 체하시지.” “친한 동생에게 베푸는 호의 정도로 생각해.” “호의….” 4년 전, 엔세시오 학원 도서관 사서의 딸 에리아벨 에트나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소공작 리젠크로츠 엔세시오. 귀족 학원에 혼자만 평민이라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벽을 세운 소녀에게 소년은 한 줄기 빛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소녀의 마음이 소년으로 가득 차 버렸을 때. 리젠크로츠는 에리아벨을 짓밟아버렸다. ** 4년 후. 성인이 된 에리아벨이 학원의 사서로 부임한, 첫날. 그가 다시 나타났다. 엔세시오 학원의 이사장이자 왕국 유일의 공작이 되어서. “오랜만입니다. 에리아벨 에트나 선생님.” 에리아벨은 더는 그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는 예전같이 말하며 다가온다. 그녀를 바라보는 새파란 눈빛은 여전한 채로.

내가 원수를 사랑할 리가 없다

가족이 죽고 가문이 스러졌다. 화재는 사고가 아니었다. 왕국 엔스위든을 뒤흔드는 최악의 범죄자, ‘카르타’ 바로 그의 소행. “반드시, 제가 반드시 찾아내서 복수할 거예요.” 그날부터 내 삶의 전부는 복수, 단 하나였다. “붉은 눈의 남자. 모두를 죽인 그 사람을.” 모든 것이 불에 탄 잿더미가 된 제 저택에서, 쓰러져 죽어가는 한 남자를 구하기 전까지. *** 루벤은 수상하고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나에 대해서 당신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군.” “알아야 할 게 있어요?” “첫인상이 상당히 잘못된 듯싶어서.” 분명 첫인상을 운운할 관계는 아니었고, 형식적인 호위에 불과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은 내가 지켜.” “어느 순간에도, 난 당신의 호위야. 리츠하이안.” 인정해야 했다. 그에게 곁만 내줄 수 없게 되었다는걸. 그렇게 그를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나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당신이….” 나의 원수가,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