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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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친 스캔들

“너 키스해 봤어?” 모스크바의 겨울, 스무 살의 끝자락. 실력으로도, 재능으로도, 그 어느 것으로도 임도한을 이기지 못했다.  이제 빼앗을 수 있는 건 고작 이것뿐이다. “그게 왜 궁금한데.” “첫키스, 해 봤냐고.” 첫키스. 웃음기 밴 눈동자를 마주친 찰나 알 수 없는 오기가 치솟았고, 불시로 갸름한 입술을 들이받았다. 입술을 맞대고 있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그제야 부둥켜 잡고 있던 코트 깃을 놓았는데. “……!” 놀랄 새도 없이 말캉한 것이 입안으로 들이닥쳤다. 당최 무엇이 시작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첫키스만 뺏어서 되겠나.” “…….” “다른 것도 뺏어가지 왜.”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첫키스는  기어이 미친 스캔들을 불러왔다. *** “문여원.” “…….” “눈깔 보니 아주 작정을 했네.” “…….” “어디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그녀가 한 번 눈을 깜빡이던 찰나, 그의 고개가 귓가로 내려왔다.  그 입술은 놀랄 찰나조차 주지 않고 이죽거리듯 속삭여 댔다. “좀 엿 같긴 한데 맞춰는 줄게.” 눈썹을 찡그린 여원은 황급히 밀쳐냈다.  그 힘이 우습다는 듯 도한은 피식 실소를 머금으면서도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대신 그녀의 오른팔을 꽈악 움켜쥐었다. 갑작스레 잡힌 팔은 버둥거려 본들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놔.” “그래도 여원아. 알고는 있으라고.” “……뭘?” “도망, 의미 없어.” “…….” “십 년 넘게 도망 다녔으면 뭐 해. 결국 여기까지 왔잖아.” 그녀의 표정이 아연해지든 말든 새까만 눈썹은 응? 채근하며 올라갔다 내려왔다. “한번 도망가 봐.” “…….” “그래 봤자 너, 나랑 눕게 돼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