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은 없던 일로 하지.” 세민의 결정 번복에 지영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이혼한다고 했잖아요.” “외간 남자와 놀아난 것으로도 모자라 남의 씨를 뱄다는 걸 알기 전에는 그랬지.” 신랄한 그의 말이 비수가 되어 박혔다. “……이혼해 줘요.”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권리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지영의 두 뺨 위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쿵! 세민의 안에서 정체 모를 무언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족쇄나 다름없던 정략결혼. 단 하루도 이혼을 바라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런데 왜, 지영의 임신 소식에 배신감을 느끼고 눈물에 주먹을 꽉 쥐며 지영이 없는 집 안을 쓸쓸해하는 건지. “내가 이혼해 줄 때까지 이혼은 꿈도 꾸지 마.” 그토록 바라던 이혼이 하기 싫어졌다. “여기 있어. 아직은 부부니까.” 풀리려는 족쇄를 제 목에 다시 채웠다. 이혼하는 순간, 죽을 것만 같아서. ……이혼이 위험해졌다.
“자궁체암 말기입니다.”무시와 멸시 속에서 6년간 버텨 온 결혼생활의 끝은 시한부였다.여울은 그마저도 살지 못하고 트럭에 치였다.그리고 죽어 가면서 알았다.교통사고로 위장한 ‘계획 살인’이라는 걸.눈 떠 보니, 7년 전 상견례 당일로 돌아왔다.“결혼 안 하려고요.”‘이혼보다는 파혼’이라는 명언을 새기며,한때 남편이었던 승태에게 파혼을 통보했다.“하건우, 그 자식 때문이야?”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예상치 못한 이름.그제야 결혼에 숨겨진 진실을 깨달았다. 건우를 향한 열등감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이용당했다는 걸.“절대 용서 못 해.”복수를 결심했다.그 복수가 저를 망가트리는 한이 있어도.그래서 건우를 찾아갔다.열등감을 이용해 복수할 목적으로.“김승태 씨한테 저와 잤다고 해 주세요.”“난 거짓말할 생각 없어.”건우는 단번에 거절했다.아니, 거절한 줄 알았다.“진짜로 해.”역으로 제안하기 전까지는.“어차피 나쁜 새끼 될 건데, 어중간한 나쁜 새끼보다 확실한 나쁜 새끼 되는 게 맞는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