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닮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런데……. “한혜원 씨는 하루가 참 바쁘겠어요. 낮부터 저녁까지. 그 많은 남자를 다 상대하려면.” 안 그래도 그의 스킨 향과 더불어 뜨거운 숨결이 살결에 닿아 정신이 아득한데, 도대체 서준원 본부장. 이 남자는 나한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그 순간, 준원이 형형한 눈빛으로 혜원을 응시하며 말했다. “아, 아니다. 아직 밤이 남았구나. 잘됐네. 그럼, 그 밤은 나한테 팔지 그래요?” “…….” “내가, 한혜원 씨 밤을 돈 주고 사겠다고.” 그 남자가 나를 유혹한다. 하필이면, 제 첫사랑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왕비는 저주했다. 저를 마녀로 모함해 화형시킨 남편을 죽어서라도 반드시 지옥으로 떨어뜨리겠다고. 그런데 정말 그녀의 저주가 먹힌 걸까. 왕비 클로엔에게 ‘회귀’라는 기적이 찾아왔다. 새로 얻은 생에서 자신이 퍼부었던 저주를 실현하기로 다짐한 클로엔. 이를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저를 배신한 전 남편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남자. 마수에 미친 변태로 소문난 북부의 마수 사냥꾼 후작과 계약 결혼을 하는 것. 다만, 클로엔은 결심했다. 이번 생엔 결코 전생처럼 남자한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어리석은 삶을 살진 않으리라. 차라리 이번엔 내가 상대를 이용하고 말리라, 다짐했는데…… 변수가 생겼다. 대체 이 남자는 왜 이러는 걸까? 왜 이렇게 대책 없이 날 흔들고. “우리가 결혼한다면, 그건 어디까지 가짜인 겁니까? 고작 1년짜리 가짜 결혼이라고 해도 난 연인과 부부는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 특히…….” “…….” “밤에.” 그러면서 지나치게 다정한 건지. “당신 곁을 지켜야죠. 적어도 앞으로 1년은, 내가 당신 남편이니까.” 꼭 진짜 남편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래 봤자, 가짜인 주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