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케one
티케one
평균평점
에인트(ain't)

“사랑이라는 이유로. ···아프게 해서 미안해.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했던 거···미안해, 은유야.”   “···은유야. 좋은 사람 만나서 꼭 행복해. 내가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신께···애원할게.”  이준은 말아 쥔 주먹에 힘을 주고 이미 사리물고 있는 어금니에 힘을 더 주며.  가기 싫어 머뭇거리는 걸음을 떼어냈다.  ‘사랑해, 은유야.’  이준의 걸음이 세, 네 걸음 떨어져 나왔을 때, 땅에 부딪히는 신발 소리가 들려왔다.  내 은유가.  내 파랑새가.  걸어···간다.  ‘이준씨!’  이제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나의 연인.  신이시여.  ‘사랑해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부디 저 안쓰러운 여자가 행복해질 수 있게.  도와···주소서.  12월 24일.  차이준이,   서은유를.  ···놓았다.  *******  “다 거짓말이잖아. 나를 사랑한다는 말도, 지금도 사랑한다는 말도, 내가 시작하는 것에 망설이던 이유를 안다는 것도, 상처 준 것에 미안하다는 말도 다!”  이준의 숙인 고개는 들리지 않았고, 은유의 발등을 잡은 손도 그대로였지만, 작은 떨림은 더 커졌고 떨림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사랑이 그런 거라면, 이준씨. 나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아요. 나는 이제 사랑이···무서워요. 당신 덕분에 나는, 사랑이 마냥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어요. 사랑이 돌아서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도 알게 됐어요. 그런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잔인하잖아.”

헤어지고 있어요

“우리. 그만해요.” “왜.” 말하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다잡아야 했던 저와 달리, 도경의 대답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열애 중이라던데요, 태영 백화점 장태희 상무와. 그러니 가벼운 관계는 정리해야죠.” 해강이 말하는 동안 빤히 쳐다보던 도경이 피식 하고 웃었다. 그리고 옅은 숨을 뱉으며 물잔을 들어 넘겼다. “그런 이유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데.” “나는 이제 혼자 하는 사랑이 아닌 같이 하는 사랑을 하고 싶어요. 내 감정이 사랑이라는 건, 당신도 부담스럽잖아요.” “내가 결혼하더라도 윤해강은 옆에 있어. 내 제안으로 이 관계가 시작되었으니 끝내는 것도 내가 해야지, 네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하찮아요, 당신에게?” 이런 걸 예상하지 않았다. 도경이 반색하진 않아도 수긍할 줄 알았다.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모습이라서 당황스러웠다. “그래? 윤해강이 그렇다면 그것도 그런 거라고 해. 그만하자는 말은 더 이상 꺼내지 마.” *** “당신이 그 정도로 치졸하지는 않아야 해요.” 해강의 얼굴은 시리도록 차가워졌다. 도경을 보는 시선은 날이 섰고 말하는 목소리는 찬기가 가득했다. “어떻게 하면 되겠어. 내가 맞출 테니 네가 방법을 제시해. 어떻게 하면 윤해강과 대화란 걸 할 수 있는지.” “우리가 나눌 대화 같은 건 없어요.” 화를 낼 거라고 예상했지, 농락이라고 말할 줄은 몰랐다. “무섭네, 윤해강. 그 정도로 내가 싫은 건가.” 그런데, 해강아. 나는 포기가 안 돼. 너를 놓을 수가 없어.

마침표 그리고 리셋

“서지원. 곤란해?” “···네?” “서지원이 곤란할 이유가 없잖아.” “······!” 태주의 팔에 문혜령이 팔을 끼웠을 때, 가슴이 쿵 울렸다. 태주는. 만류하지 않았고,  지원의 가슴은 알 수 없는 서운함이 쓸고 지나갔다. *** “분명히 말했는데. 이혼은 없다고.” “저도 분명히 말했는데요. 힘들다고요. 버텨야 할 이유가 사라져서 하고 싶지 않다고요.” 한 사람이 내리면 바로 떨어지는 시소처럼, 두 사람의 평행이 아슬했다. “재밌네요. 최태주 씨가 억지를 부리다니.” “끝난 게 아니라고 했잖아!” 높아진 태주의 언성에 지원이 움찔했다. 그 모습에 태주가 짙은 숨을 뱉어내며 한 손으로 입매를 쓸었다. “집에 안 들어가는 게 불만이라면 이제부터 들어갈게. 전처럼 내 스케줄 알리고 내 주변에서 -.” “적선해요?” “···뭐?” “내가 그런 게 불만이라고 했어요? 다, 당신이 원했던 대로 했잖아요. 힘들어서 하기 싫다고요!” “서지원!” “똑같아!” 외치듯 말한 지원의 입이 부들거렸다. “후회한다며! 몰아붙이지 말고 설득할 걸 그랬다며!” 더 일찍 제 마음을 알았더라면 먼저 말이라도 해 봤을 텐데. 제 첫사랑은 많이 쓰리고 아린 상태로 끝났다. 후회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혼은 보류야. 그러니까 서류 보내는 괜한 수고 하지 마.” 너를 위한다는 명분이, 이런 결과로 돌아올 줄 알았다면. 진즉 네 앞에 무릎 꿇을 걸···. 늦었을 뿐,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