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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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재혼

“결혼 조건. 서효주한테는 까맣게 잊을 만큼 쉬운 거였나?” “알아요. 제 역할이 뭐였는지. 그래서 쥐 죽은 듯이 살았다고요. 선배가 원하는 대로 온갖 눈치는 다 보면서,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지냈어요. 자그마치 5년씩이나.” 그녀의 첫사랑은 실패였다. 사랑을 갈구했더니 혼인 계약서를 받았고, 시어머니 손에 아이를 유산 당했다. 이혼 후에는 두 번 다시 마주치는 일 따위 없을 줄 알았는데, 낡은 옥탑방으로 전남편이 찾아왔다. “재결합하자.” “……그럴 마음 없어요.” “제안 아니야. 협박이지.” 얼마나 더 아파야 이 사랑을 끝낼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당해야 이 남자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효주의 전남편이자 S그룹의 후계자 이명하는 또다시 그녀를 속박하려 했다.

날 버린 이유

시어머니의 음모로 불륜 누명을 쓴 채, 해명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쫓겨났다. “그렇게 이혼하고 싶었어? 아니면 나한테 질렸나?” “당신도 내가 바람피웠다고 생각해요? 알잖아요. 태언 씨가 아니면 전…….” “사실이 어떻든 관계없어. 이젠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결혼 3년 만의 파경이었다. 이듬해, 여름. 두 번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던 전남편이 투자사 대표가 되어 나타났다. “내가 한눈팔지 말라고 얘기했었잖아.” 그는 턱을 괴고 희윤의 눈이며 코, 입술, 손톱 하나하나까지 도려낼 듯 응시했다. “네가 예뻐서 그래. 봐. 지금도 이렇게 날파리가 꼬이잖아.”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닌 주제에. 연인도, 남편도 아니면서. 사랑해 마지않는다는 듯이 희윤의 뺨을 매만졌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여전히 궁금했다. 이제 와서 왜 그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그토록 쉽게 날 버린 이유가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