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짝사랑 중인 선배때문에 과외를 시작했다.그런데 뭐? 선배의 별명이 밤의 제왕 명윤X이라고?빌어먹게도 제 약점이 개망나니 명재헌에게 걸린 순간이었다.“관음증인가. 나 때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이러네. 자꾸 이러면 곤란하지.”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그녀와 달리 명재헌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덕지덕지 붙어났다.“설마, 명윤조 좋아했냐?”서글프게 우는 그녀와 달리 그의 입꼬리는 흥미롭게 올라갔다.“잊게 해 줄게.”“뭐, 뭐…….”“너, 울리지 않게 한다고. 내가.”무슨 마법의 주문 같은 말이었다.확신에 찬, 정말로 선배를 완전히 잊게 해 주는 기분이었다.“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예전부터 내가 삼촌보다 뭐든 뛰어났어.”***정확히 5년 후. 명가 그룹 이사로 들어온 그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명재헌은 여전히 당돌했고.그녀를 매번 당황하게 만들었다.“네가 누구랑 사귀고 있건 상관 안 해. 나한테서 또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 봐. 우주 끝까지 쫓아갈 테니까. 정이혼.”스무 살에 만난 명재헌을.스물세 살에 버렸던 너를.스물여덟이 된 너와 다시 재회했다.
천중원은 지옥이었다. “나는 아이가 갖고 싶어요.”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완벽한 남편, 태건욱. 하지만 지애는 아니었다. 유산 후, 아이를 갖기 위해 악착같이 힘썼다. 시어머니의 온갖 가스라이팅과 살인 누명까지 견뎌 냈다. 아이만 갖는다면, 부족한 결점이 채워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진실과 마주하고 깨달았다. 이대로 미치든가, 그들처럼 괴물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내가 그랬지. 넌 나랑 절대로 이혼 못 한다고.” “…….” “지금이라도 말해. 네가 실언했다고. 네가 잘못 말한 거라고!” 태건욱은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꼈다. 나를 두 번이나 죽인 건 남편이었다. “그동안…… 날 가지고 노니까 재밌었어요?” 결국 남편을 떠나왔다.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5년 만에 나타난 그가 애원하기 시작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다 받아 줄게. 그러니까 다시 나한테 돌아와. 원래 네가 있어야 할 자리로.” 모든 진실과 마주한 그것은 태건욱의 참회이자 비애였다. 다시 돌이키고 싶었던, 남편의 모든 계략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