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이현
재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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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남편과 결혼했다

“두고 봐, 자근자근 밟아 줄 테니.” 항상 바보처럼 양보하며 살아왔다. 착한 딸이 되면, 언니에게 양보하는 동생이 되면, 엄마도 그녀를 조금이나마 사랑해 주지 않을까. 사랑했던 남자가 하룻밤 사이에 형부가 되었을 때도,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자신이 혼외자임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러니 네게 나누어 줄 것은 없다며 상속 포기를 강요받았을 때도, 은유는 엄마와 언니를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은유가 가진 모든 걸 빼앗았다. 은유의 목숨까지도. 절벽에서 떨어지는 그녀를 지켜보던 엄마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다시 눈을 떴을 때, 은유는 모든 것이 잘못되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도, 아빠도, 그리고 가면을 벗지 않은 엄마와 언니가 있는 삶. 은유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며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당신들이 울게 될 차례라고.

남편 환승

결혼식장에서 다른 남자의 손을 잡았다. 열여섯 살이나 많은 남자에게 팔려 가듯 인생을 저당 잡힌 날,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이서의 앞에 나타난 사람이었다. “예쁜데... 버릴 거면 주워 가도 됩니까.” 그 역겨운 자식에게 시달리던 그녀를 고스란히 지켜보며 싫으면 뺨이라도 갈기라 무심히 속삭였던 남자. “왜, 나도 나쁜 놈 같습니까?” 강지한. 그는 구원일까. 또 다른 위험일까.

디셉션 (Deception)

본 작품은 19세 관람가 작품을 15세 이용등급에 맞게 개정한 작품입니다.“도희야, 절대 행복하지 마.”“…….”“이렇게 내 옆에서 울어. 예쁘게. 너무 불행해서, 지금처럼 엉망으로 울었으면 좋겠어.”“……미친놈.”도희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저 남자를 이렇게 미치게 만든 건지.그는 자신에게서 뭘 찾는 걸까. 불행? 왜…… 왜 제 곁에서 자신이 불행하길 바라는지.***싸늘한 주검 옆에서 오열하며 울부짖던 날, 아마 그날, 어쩌면 오늘을 상상했으려나.아직은 어렸던 네가, 예쁘게 꽃을 피워 세상이 아름답다 느낄 때쯤,진흙탕 속에다가 짓이겨 넣을 거라고.네 흰 목덜미를 물어뜯어 붉은 선혈을 맛보고,정신을 잃을 때쯤 다시 찬물을 끼얹을 거라고.그렇게 다짐했었다.이 여자랑 꽃놀이나 하려, 그러려고 시작한 판이 아니었는데.여잘 망가뜨려 보겠다고, 굳이 수고롭게 판을 짜고 정성스럽게 시간을 흘려보냈건만,그녀가 어떤 손에 망가지는 건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도희야. 같잖은 수 쓰지 마. 어차피 넌 한 발짝도 도망갈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