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을 매달려 따낸 전시회, 누군가 그걸 가로챘다. 그리고 이어진 황당한 제안. 나더러 전시 컨설팅을 하라고?“안녕하세요, 전무님. 아트센터 드리움에서…….”“어서 와요. 유해이 씨.”그다. 표현재.11년 전, 그녀의 약혼자였던.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녀의 남편이어야 할 남자.“내 기분 내키는 대로 하면 너 감당 못 할 텐데? 일이든, 또 딴 거든.”빡빡한 클라이언트처럼 굴던 그가 그녀를 도발하기 시작했다.“난 내 약혼녀를, 내가 원할 때 그 어느 때라도 만날 수 있어.”그리고 밝혀지는 그녀만 몰랐던 진실.해이는 현재의 말처럼 11년 동안 지속된 이 약혼을 끝낼 수 있을까?
“주은아.” 그가 나지막이 그녀를 불렀다. 괜히 울컥 무언가 치밀었다. “주은아.” 또 그가 그녀를 불렀다. 주은은 버릇처럼 두 손을 맞잡고 이리저리 비틀어댔다. 후우. 태윤의 입에서 기다랗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모질게 고개를 돌리지 않았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두 눈이 똑바로 저를 바라보고 있다. “못하겠다. 이런 거.” 한숨 섞인 그의 음성이 가슴을 그었다. 꾸역꾸역 참았던 게 그어진 가슴에서 후드득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주은은 물기가 어른어른 거리는 눈으로 태윤을 쏘아보았다. “하기 싫다. 이딴 거.” 기어이 흔들고 말지. 나쁜 놈.
추방재판에 회부된 한국인 입양아 제이,추방재판을 도와줄 수 있다는 준의 제안으로 그의 누드모델이 되다. “모델요?”준은 제이에게 누드모델을 제안했다.“돈은, 원하는 대로 줄게요.” 우연히 받게 된 제안, 그렇게 그녀는 준의 모델이 되었다.그리고,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다.“사랑해요.”제이의 말에 그대로 얼어버렸다.“와아. 하하, 하하하. 알아요? 이번 건 좀 그럴듯했어. 깜빡 속을 뻔했잖아요.”황당한 고백, 그는 제이의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유화물감 냄새가 지독한 작은 집에 머물면서 종일 그림만 그려대는 여자 라이. 어느 날, 그런 라이 앞에 그림을 사겠다는 남자가 나타났다. “네 그림이 좋아. 적나라하게 드러난 추악함과 다르게 잠깐씩 보이는 그 연약함이 맘에 들어. 네 그림은 진짜야. 난 내 돈을 허투루 쓰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남자는 그림만 사고 싶은 게 아니라고 했다. “당신 나한테 집적대는 거였어?” “어쩌면.”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어떤 그림에 매료된 남자 강도혁. 강렬한 그림과는 다르게 이리저리로 삐죽삐죽 솟은 까치집 머리를 한 소년 같은 여자를 만났다. “나랑 자고 싶어? 이렇게? 이런 식으로?” “이런 식은 모르겠고, 자고 싶은 건 맞아. 그래서?” 의식하지 못한 사이 여자는 그를 무섭도록 끌어당겼다. 여자가 밀어낸다. 다가오지 말라며 매번 매 순간. 같은 꿈을 꾸는 도혁과 라이. 둘은 그 꿈처럼 같은 곳을 볼 수 있을까. 일러스트 ⓒ 갱구
차가운 심장을 비집고 쩍쩍 균열을 만들며 흘러나오기 시작한 어떤 욕망 말이다. 대책도 없고, 경계도 없고, 그래서 가늠할 수조차 없는 그런 마음. 생전 처음 겪는 그 마음이 그는 일견 두렵기도 했다.- 사랑해.그 두려움 탓에 이효가 제 품 안에서 했던 그 웅얼거림을 모른 척했다. 그 뜨거운 고백을, 절절하던 마음을 받지 못한 척 숨겼다.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그 떨리던 고백이 거짓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어린 치기로 잡지 못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더 악독하게 증오했었는지도 모른다. 네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악다구니 썼었는지 모른다.그런데 이제 와 이런 식으로 밀려드는 기억들이 무슨 소용일까.갑작스러운 폭우에 투둑 터져 버리는 둑처럼 무수히 많은 기억들이 쏟아져 나온들 이제 와 어쩐단 말인가.- 어. 그러네.그렇게 담담해져 버린 너를 두고서.탁!쏟아지는 물줄기를 무기력하게 맞으며 그가 손바닥으로 욕실 벽을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물줄기가 흩어졌다.두려운 건 다른 게 아니었다.속속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기억이다.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작은 것들까지 미친 듯이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티끌 하나 없는 하얀 운동화였다. 그 위로 검은 진은 스크래치가 과하다 싶을 만큼 무릎에선 사정없이 찢어진 모양이었다. 잠시 그 사이로 보이는 무릎 뼈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별 생각을 다하고 있지. 참. 옅게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굳어져버렸다. 마치 얼음처럼. 그 순간에도 문득 어릴 적 얼음땡 놀이를 하던 그때가 생각났다. 앉은뱅이가 된 어린 그녀는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에까지 그렇게 앉아있었더랬다. 땡 해줄 아이들은 그렇게 바보처럼 앉은뱅이로 그 자리를 지킬 자신은 안중에도 없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버렸었다. 그렇게 누군가 자신을 건드려 깨워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얼마를 더 그 자리에 있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멍하니 굳어있던 눈빛이 하얀 티셔츠를 입은 상체를 지나 마침내 닿은 곳에는 절대로 볼 수 없을 것 같던 그 얼굴이 선명했다. 짙은 검은 눈이 차가운 빛을 마구 뿜어내며 저를 쏘아보고 있었다. 마치 꿈처럼.“딱 걸렸네. 주희재.”서늘한 음성이 흘러나오는 붉은 입술을 또 멍하니 쳐다보았던가. 그제야 언 듯 굳어있던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오랜, 만이야.”퓨즈가 나간 듯 암전 상태인 머릿속을 고려했을 때, 그나마 가장 그럴 듯한 인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나마 말을 건넸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깨닫기도 전에 그의 손에 일으켜졌다. 그는 그녀의 팔목을 아프게 부여잡은 채 뒤흔들 기세로 힘을 주어 들어올린다. 마치 레이저라도 쏠 듯 지독하게 사나운 눈빛이 여과 없이 그대로 쏟아졌다. 그래서 알았다. 그 인사가 사실은 아주 잘못된, 아주 못된 인사였다는 걸.
같이 있을래? 물었을 땐 반반의 마음이었다. 이미 반쯤 취한 여자에게 신사답지 못한 행동인 건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시답지 않은 짓을 즐기는 이도 아니었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니면 말고 식은 더더욱 아니었다. 여자가 맘에 들었고 함께 있고 싶었던 이유였다. 붉게 열이 오른 뺨을 만져보고 싶었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머금어보고 싶었다. 동물적인 본능이라고만 보기엔 가슴이 거세게 뛰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래서 그냥 보내버리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막 헤어져 각자의 객실로 들어가려던 참에 그녀를 불러 세웠던 거였다.“나랑? 당신?”그 자리에 서서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 “싫어?”당연한 거 아니야? 빽 쏘며 돌아설까 조금 조마조마해졌다. 이한조. 아주 골고루 한다. “글쎄….”답을 늘이며 그녀가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망설이고 있는 거다.“같이 있자.”툭 던졌다. 잠시 흔들리던 눈이 질끈 감겨버린 눈꺼풀에 가려졌다. 1초 2초 3초.
새어머니의 아들을 사랑하는 이루리, 그녀를 사랑하는 휘문, 사랑하지만 어머니가 사랑하는 사람의 딸이기에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이케다 류.“내 선물이야.”류가 루리의 등을 떠밀었다.“류…….”“어때? 내 선물, 근사하지?”류가 활짝 웃으며 루리를 향해 말했다.툭.그녀의 볼 위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잘 있었어요?”휘문 역시 류와 마찬가지로 활짝 웃었다. 저 얼굴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저렇게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그 얼굴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되뇌고 또 되뇌어보아도 자꾸만 아련하니 잘 떠올라지지가 않아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도 모른다. 한 줄기 떨어지던 눈물은 어느새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속수무책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감격의 상봉은 좀 나가서 하지? 내가 좀 졸린데.”하품을 하며 고개를 돌리는 류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본 건, 휘문 혼자였다.
3년 전, 교통사고로 사별한 남편을 잊지 못한 미후. 그녀가 울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그 남자, 우영.“자려고 누웠는데…….”“누웠는데?”“환이 얼굴이 생각 안 나잖아요.”그래 놓고는 또 서럽게 운다. 성 작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이걸 어쩌지 라는 표정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그게…… 그렇게 서럽냐?”입술이 바들바들 떨리게 울면서도 고개는 줄기차게 끄덕거린다. 삼 년이면 길다. 아주 긴 시간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이 그리워 미친 듯이 시어머니에게 찾아와 엉엉 울 수 있는 시간은 아니란 것이다. 한데, 여자는 아직도, 여전히 울먹이고 있었다. 환이가 생각 안 났다며, 환이가 보고 싶다며, 또 그 이쁜 자식을 어떻게 잊겠느냐며.“흥, 그 환인 좋겠군.”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조소에 오히려 그의 입매가 단단하게 굳었다.
이렇게 되어버릴 줄 몰랐다.‘얼마나 더 안아야 만족할 수 있을까.’ 규원은 매 순간 그녀를 안을 때마다 그 생각으로 골몰했다. 안을수록 허기가 졌다. 점점 더 자제가 되지 않았다. 확실히 그는 요즘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럴 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역시 아프다.차라리 사랑한다고 고백해버렸다면 달랐을까?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나는 당신과 헤어지고 싶은 게 아니라고.그러니까…… 약혼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고.‘그래도 달라지지 않았겠지?’하연은 거울 속에서 가슴으로만 울고 있는 바보 같은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같이 있을래? 물었을 땐, 반반의 마음이었다. 이미 반쯤 취한 여자에게 신사답지 못한 행동인 건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시답지 않은 짓을 즐기는 이도 아니었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니면 말고 식은 더더욱 아니었다. 여자가 맘에 들었고, 함께 있고 싶었던 이유였다. 붉게 열이 오른 뺨을 만져보고 싶었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머금어보고 싶었다. 동물적인 본능이라고만 보기엔 가슴이 거세게 뛰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래서 그냥 보내버리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막 헤어져 각자의 객실로 들어가려던 참에 그녀를 불러 세웠던 거였다. “나랑? 당신?” 그 자리에 서서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녀가 물었다. “싫어?” 당연한 거 아니야? 빽 쏘며 돌아설까 조금 조마조마해졌다. 이한조. 아주 골고루 한다. “글쎄…….” 답을 늘이며 그녀가 아랫입술을 잘근거렸다. 망설이고 있는 거다. “같이 있자.” 툭 던졌다. 잠시 흔들리던 눈이 질끈 감겨버린 눈꺼풀에 가려졌다. 1초 2초 3초. “어.” 제 자신에게 다짐하듯 그녀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들었고,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벽에 여자를 세우고 내내 하고 싶던 대로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깊게 키스했다. 움찔 몸을 굳히던 그녀가 점차 깊어지는 키스에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부드럽다. 달콤하다. 견딜 수 없이. 잠시 입술을 떼고 숨을 골랐다. 달콤한 숨 사이로 여자의 감은 두 눈이 보였다. “이름?” 물었지만, 답하지 않은 채 미간을 설핏 찌푸린다. “한조야. 이한조. ……이름?” 이한조. 가쁜 숨 사이로 조그맣게 읊조린 여자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답했다. “주연. ……은주연.” “은주연.”
우연히 발견한 서류, 그리고 사진 한 장.환하게 웃고 있는 어떤 여자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빛 가루에 목이 졸리는 것 같았다.무료한 일상, 지루한 생활들 속에서 모처럼 만에 흥미로운 걸 발견한 느낌. 두 눈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다. 목이 졸린 것 같은 숨 막힘의 이유가 무언지 알아야 했다.그렇게 주우경의 미행이 시작되었다.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은 커피.그는 일정한 패턴을 가진 조용하고 예의바른 손님이었다.그러나 얼마 후, 그녀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그를 아주, 아주 잘못 봤다는 걸.그는 그녀를 보기 위해 그 카페에 왔다.그녀를 찾고, 그녀를 보고, 그녀를 만나려고. 유원은 그가 무서웠고, 그가 신경 쓰였으며, 이상하게도 그런 그가 알고 싶어졌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나랑…… 잘래요?” 아버지의 강요에 의한 정략결혼에 내던져진 혜인은,뉴욕으로 떠나는 짝사랑 태헌을 찾아가 제안한다.그리고 둘은 그날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다.5년 후, 혜인은 홀로 태헌의 아들을 키우고 있었고,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가 그녀 앞에 나타난다.“넌 내 아들의 엄마가 될 거야. 그리고 내 아내가 되겠지.”아들의 존재를 알게 된 태헌은 결혼을 강요하고,혜인은 그의 제안을 믿을 수가 없다.“덜덜 떨면서, 눈도 제대로 못 맞추면서 자자고? 나랑?”조부의 생일파티, 지루함에 지친 태헌을 도발하는 여자.그녀는 바로 ‘강태헌 스토커’라 불리는 류혜인이었다.그날, 그는 홀린 듯 그녀와 뜨거운 밤을 보낸다.5년 후, 그는 우연히 혜인의 비밀을 알게 되고,다시는 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그녀를 찾아간다.“혹시 날, 사랑하나요?”수시로 기억나 불면에 빠지게 했던 귀찮은 여자가다시 그를 홀리기 시작했다. 일러스트 : 틈 키워드 : 현대물, 재회물, 첫사랑, 짝사랑, 소유/독점욕, 상처녀, 외유내강녀, 절륜남, 재벌남, 까칠남, 베이비
여자가 새빨개진 얼굴로 제 몸을 감싸 안았다.“부끄럽긴 좀 늦은 것 같은데.”“그런 게 아니라…….” “아니라?”“이건 좀 불공평하니까.”여자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치곤 너무 빨갰고, 시선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아하?”“당신 옷은 너무 멀쩡하잖아.”거기다, 목소리는 그걸 들킬 만큼 떨렸고.“그럼, 나도 공평하게 벗으면 되겠군.”씩 웃은 태준이 셔츠를 벗기 시작했다. ***어두운 조명, 이국이라는 특수, 거기다…… 10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까지.그를 알아본 그녀가 비정상인 걸까?기태준, 열여덟 납치된 저를 구하고 사라진 남자. 그를 다시 만난 순간이루지 못한 채 동결된 감정이 깨어났다. 표지 일러스트 : 애옹키워드 : 현대로맨스, 재회물, 능력남, 까칠남, 외유내강여주, 원나잇후연애
“씹고 싶은 건, 이쪽인데.”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우영을 지독히도 닮은 남자, 차진언. 그가 어이없는 소릴 지껄이며 인혜의 입술을 주시했다. 삐익! 그 순간 머릿속으로 찢어질 듯한 경고음이 울렸다. 깜짝 놀란 인혜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러나 곧 벽에 막혔다. “신고하려면 해.” 다시 한 발짝 다가선 남자가 인혜의 턱을 쥔 채 그대로 입술을 집어삼켰다. 찰싹! 가까스로 남자를 밀어낸 인혜가 있는 힘껏 그의 뺨을 후려쳤다. 남자의 고개가 사정없이 옆으로 돌아갔다. “못할 것 같니?” “하라고, 그러니까.” 남자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꺾은 채, 인혜의 눈을 끈질기게 응시했다. “죽었던데, 그 자식.” 그의 입술이 목소리만큼이나 사납게 뒤틀렸다. 씩씩거리고 있던 인혜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출 만큼. 남자와 일탈 같은 밤을 보낸 인혜는 결국 그에게 휩쓸리고 만다. 인혜에게 그날이 다시는 없을 일탈이었다면, 진언에게 그날은 다시 없을 완벽한 밤이었기에.
“이혼해요.” “이혼은 없어. 네가 가진 지분은 별개로 치더라도 넌 꽤 쓸 만한 구석이 있잖아?” 이혼 따윈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 이하나로부터 시작된 욕망에 미쳐 갈 걸 몰랐던 것처럼. 「비쩍 마른 데다 화이트 태닝을 수백 번은 받은 것 같은, 여자.」 이하나는 그의 복수를 완성할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었다. 목원은 제 세상이 무너졌듯, 이하나의 세상 또한 철저히 망가뜨릴 작정이었다. 완벽한 준비, 그리고 접근. 결혼은 복수의 서막이었다. “단 한 순간도 나를, 사랑한 적은 없었나요?” “사랑? 아니. 설마. 그럴 리가.” 복수에 사랑 따윈 사치였다. 그가 원하는 건, 이하나가 제 곁에서 천천히 말라 죽어 가는 것뿐이었다.
“이혼하고 싶다면 아기부터 낳아요.” 이혁의 제안은 빚을 담보로 한 결혼 협박이었다. “아이를 낳는 순간 서재인 씨는 자유가 될 겁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 할 수 있고, 또 어떤 것도 가질 수 있는 재력이 보장된 자유죠.” 하지만 재인은 그런 것들이 보장된 자유 따위는 바란 적도 없었다.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익숙지 않은 거절에 이혁의 눈빛은 순식간에 냉기를 내뿜고, 그 냉혹한 눈빛에서 재인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만다. 끝. 그 순간 머릿속으로 떠오른 건, 단 하나. 이 제안을 거절하면, 제 목숨 줄은 다시 사채업자에게 던져질 것이다. 차가운 눈빛에 담긴 무언의 협박. 견디지 못한 재인은 결국, 그가 내민 혼전 계약서에 사인하고 마는데. *** 원하는 걸 갖지 못한 적이 없는 남자 진이혁에게 서재인과의 결혼은 원하는 게 명확한 계약일뿐이었다. 그러나, “소리 내지 마. 내가 뭘 하든.” 진이혁이 서재인을 안은 순간, 그 명확했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표지 일러스트레이터 : 푸루투리
“너 정도면 인질로 꽤 매력적인 편이거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백강그룹에 잠입한 언더커버 요원 윤은소. 어느 날, 그녀 앞에 강중원 회장의 숨겨진 외손자, 강신우가 나타난다. 강신우의 등장으로 인해 백강의 후계 구도가 요동치고, 서준의 전무를 통해 비리를 파헤치려 했던 은소의 계획은 어그러진다. 예상 못 한 상황에 혼란스러운 은소에게 강신우는 뜻밖의 제안을 하는데. “내게 와. 난 네가 마음에 들거든.” “그게 무슨…….” “네 복수, 내가 해 준다고.” ‘복수라니?! 설마 이 남자,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걸까?’ 그의 속삭임에 은소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강신우가 그런 은소를 보며 소년처럼 해사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