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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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파고의 끝에

“고작 이 머리끈 하나인가 보네. 그쪽 목숨값.” 호수에 빠진 연서를 살려낸 남자, 서국그룹의 후계자 후보 서도헌. “나의 조부는 당신과 내가 결혼하길 바랍니다. 그게 우연서 씨를 만나러 온 이유고.” 서늘한 눈동자로 질책하던 그는 연서에게 계약 결혼을 종용하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계약 결혼이죠. 정원사의 손녀 우연서 씨와.” 연서는 달콤하고도 위험한 제안을 거절하려 한다. 하지만, 제 할머니를 죽인 사람이 서국 일가에 있을지도 모른단 사실을 깨닫는다. “그 계약, 어떻게 하는 건가요?"" “주기적으로 널 안을 거야. 모든 건 완벽하게 그들을 속이기 위함이고.” 계약 기간은 서도헌이 모든 지분을 넘겨받고 서국그룹의 총수가 될 때까지. “이건 첫 연습.” “…….” “키스부터.” 기다란 손가락으로 연서의 턱을 잡아당긴 그는 입술에 더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혹시 이 남자가 할머니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면, 그와 몸을 섞어 버린 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지옥 같은 불구덩이에 빠졌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더는 돌이킬 수조차 없을 것이다. 사실, 할머니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서라면 못 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엎어진 물처럼 흘러내리는 마음을 막을 길은 없었다. 이 계약이 끝나면, 서로가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오직 기업의 총수가 되기 위해 살아온 남자, 서도헌. 들꽃처럼 연약하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여자, 우연서. 서로가 첫사랑인 그들의 애틋한 로맨스.

네가 불행한 이유에 내가 있기를

“저런 새끼랑 잘 건가?”   대놓고 몸평을 하는 상대와 맞선 보던 도중, 서화를 지켜보던 강무원이 물었다. “강무원 씨, 저랑 잘래요?” 순간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단 나았으니까. 그리고 뜨거웠던 그 밤이 비극의 신호탄이 되어 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나랑 결혼합시다.” “난 백서화 씨와 하는 그 짓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꼭 맞춘 것처럼 들어맞았거든.” “일반적인 부부와 다를 겁니다.”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요?” “백서화 씨는 아내의 의무에 충실하게 행하되 제게 애정을 바라면 안 됩니다.” “무강의 며느리, 강무원의 아내로 잘 연기하면 되고, 밤에는 나와 그 짓을 잘 즐겨주면 좋겠죠. 물론 나도 당신이 즐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거고.”  우연인 것처럼 가장했지만, 처음부터 그의 의도적인 접근이었다. 새장의 새처럼 갇혀, 버석하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넣은 장본인, 윤미희. 윤미희의 딸, 백서화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깊게 상처 내려 할수록, 뜨겁게 차오르는 사랑. 네가 불행한 이유에 내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