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미
랑미
평균평점
미완성 운명 찬가 (15세 이용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 믿음보다 동경에 가까운 것. 어떤 이는 한평생 간절히 기다리는 것. 그러나 운명의 민낯은, 떠도는 낭설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오늘도 네가 나 좀 재워주라.” 잔웃음 하나가 내 몸과 마음을 옭아매고, 자그마한 손바닥 위에서 속절없이 휘둘려도, 기울어진 사랑의 무게라며 모조리 감당하는 것. “그러면 잘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잔인했다. 그 애에게 내 전부를 내어주고도 매몰찬 뒷모습만 좇더라도 함께인 날들이 계속되기를 바랄 뿐이니까. 내게 운명이란, 나를 지독히도 괴롭히는 설여운의 농간이었다.

모범 제곱

사람을 찔렀다.비명은 마치 새의 지저귐 같았고, 발버둥은 날갯짓 같았다.그 벌로 손바닥만 한 거실에 갇혀 3년을 내리 썩었다.마침내 출소일, 두꺼운 철문을 나선 순간.“내 얼굴이 바닥에 달렸나. 왜 자꾸 바닥만 보지.”“…….”“나 좀 봐 줘.”꿈에서조차 보고 싶지 않았던 현유영이 서 있었다.널따란 세상 속에 섞여, 훨씬 더 어른이 된 채로.“평생 살아. 내 옆에서.”현유영을 위해 사람을 찔렀다.그 벌로 더 이상 지저귀거나 날지 못한대도 무감할 줄 알았는데.“우리는 늘 함께여야 하잖아.”“…….”“하나 네가 나한테 알려 줬잖아.”나와 달리 마음껏 울고, 웃고, 뛰어다녔을 현유영.그 애를 마주하니 구역질이 날 듯 속이 메스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