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기다리기> 투명한 낙관으로 빛을 기다리는 마음 우리 시대가 그리는 사랑의 미래 세계와 사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밀도 높은 아름다움과 희미하지만 분명한 낙관을 발견해내는 작가, 다종다양한 색채의 정서를 눈부실 정도로 쨍한 해상도로 그려내는 작가 박선우의 두번째 소설집 『햇빛 기다리기』가 출간되었다. ‘다채로운 사랑의 모델’을 제시하며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물들인 첫번째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 이후 2년간 한 편 한 편 자신의 페이스로 소설을 써온 그는 집필한 순서, 또한 발표한 순서 그대로, 그러니까 마음이 움직인 궤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양으로 한 권의 소설집을 묶어냈다. 여전히 다채로운 마음들을 일관된 어조로 써내려간 일곱 개의 이야기. 마치 연작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고유한 하나의 리듬으로 읽히는 『햇빛 기다리기』는 자연스럽게 ‘우리 시대의 사랑’에서 ‘미래의 사랑’으로 옮아간다. 아니, 그 두 사랑은 예민한 감광체처럼 빛을 감지하는 박선우에 의해 동시간에 존재하게 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여기 대신 내일-여기라고 말해본다면 어떨까?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퀴어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세상에서, 세상의 부조리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섬세한 망설임과 서글픈 다정함”(황인찬)으로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하고, 아직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빛의 기미를 느끼는 박선우. 그것을 마음에 직접 작용하는 정확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그려내는 그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우리는 “명백하게 애틋한 마음”(박상수)이 된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우리 안의 다채로운 사랑의 모델 모두가 주목해온 작가 박선우 첫 소설집 박선우 작가의 첫 소설집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등단 당시 “단정하면서도 전달력이 뛰어난 문장, 익숙한 이야기 선을 구부려서 참신하게 만드는 플롯팅, 전형적이면서도 예외적인 인물 구성 등, 단연 압도적인 문학적 역량을 드러낸 응모자를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문학평론가 심진경)라는 극찬을 받으며 등장한 박선우 작가는 그 후 주요 문예지들의 적극적인 호명을 받으며 단편소설들을 발표해왔다. 그리고 등단 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지면에 선보인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첫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을 내놨다. 박선우의 단편은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다. 타인에게 이끌리고 감정을 품으며 친밀해지고 어느새 멀어지는데, 화자는 그 흔적을 곱씹으며 내내 떠올려보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소설은 섬세하다. 연애를 겪으며 느끼는 질투, 무력감, 패배감, 망설임과 주저함, 무모함과 용기, 성적 충동과 후회 등의 다양한 감정이 이야기 속에 다채롭게 스며들어 있는데, 작가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그 관계성을 표현해낸다. 사랑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 속에서 인물들은 관계의 여러 면모를 통과해나갈 때마다 변화를 실감한다. 그렇게 달라져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나’는 변화한 삶 속에서 또 다른 계절을 지나가며 새로운 사람이 되어간다. “지난 순간들이 우리를 이루고 있음을 알게”(소설가 박솔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