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싸고 좋은 방에서, 작고 반짝거리는 거 하나만 걸쳐놓은 채로 널 재울 거야, 나는.” 휘문 건설의 태무경 본부장이 그렇게 말했을 때, 오만한 약속인 걸 알면서도 차윤은 압도당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저에게 수면제가 되어주겠다는 남자에게, 밤마다 휩쓸리고 무너지면서도 하찮은 자존심을 끌어모아 벽을 세웠다. 사고로 무대에서 내쫓긴 무용수에게 비싼 잠자리를 내어주는 건, 따분한 시골에서 찾아낸 짧은 유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테니. 그런데, 그토록 매정하게 사람을 들었다 놓던 태무경 본부장이 저를 보고 웃게 되었음을 알아챈 건 언제부터였을까. “홍차윤은 무대로 돌아가는 거, 하나만 생각하면 돼. 이제 나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니까.” 이런 게 잠깐 가지고 논 여자, 라 말하던 남자의 눈빛이 맞나 싶었다. 억지로 마음의 틈을 벌려놓고 모른 체한 주제에 저렇게 웃어도 되나 싶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잖아요.” 상처 많은 제가, 태무경이라는 꽃밭에서 살길 바란다는 남자에게 혹시 나를 사랑하는 거 아니냐고 물을 수가 없었다. 휘문 그룹 왕 회장의 몸종 취급을 받는 차윤에게 사랑이란, 감히 단지 입 밖에 꺼내는 것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