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 대신 집안일 좀 해 줬으면…….” 제국에서 알아주는 약제사 루르에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집안일 실력이 꽝이라는 것이다. 루르는 저 대신 집안일을 할 가사도우미를 구하다가 이상한 일을 겪기 시작하는데……. *** “가사도우미가 뭔지는 알고 오신 거죠?” 루르는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카로스를 쳐다봤다. 성녀와 엮여야 하는 남자 주인공이 여길 왜 오냐고! “저 요리 잘합니다.” 루르는 대답 대신 집안일을 하는 카로스를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앞치마를 두르고, 당근을 써는 영웅이라…… 제법 어울릴지도? 일단 카로스를 집 안으로 들이려는데, “루르! 오랜만이야! 나도 구인 공고 보고 왔어.” “잘 지내셨습니까, 약제사님?” 다른 남자 주인공 후보들도 가사도우미를 하겠다고 찾아왔다! [<역하렘 여자 주인공> 메인 퀘스트가 열렸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1. YES 2. YES 게다가 겨우 끝낸 줄 알았던 이상한 퀘스트가 또 뜨기 시작한다? 전부 거절! 거절! 난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경멸과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이 말을 듣기 전까진. “정말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어. 제발 죽었으면 좋겠어. 너랑 각인한 것도 끔찍해, 알아?” “…….” “숨 막혀서 차라리 내가 죽고 싶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오는 대답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더 이상 붙잡는 건 제 미련이고 집착이었다. 알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어서 모르는 척하고 있었을 뿐. 하지만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알겠어.” 이 지경까지 와서야 깨달았다. 너를 포기해야 할 순간이 지금이라는 걸. 그래도 다행이었다. 죽기 전에 너를 보내 줄 수 있어서. 죽기 전에 너를 정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죽는 것보다 내가 죽는 게 나으니까. * * *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짐했다. 다신 마주치지 않으리라. 이번 생은 나만을 위해서 살자. 분명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또 도망치네.” 왜 다시 만나게 된 걸까. 무서웠다. 나를 원망하고 증오했던 그날의 너를 마주하게 될 것 같아서. 하지만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태연하게 다가왔다. “정말 너만 있으면 돼. 나는…….”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싼 채 그대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애틋하면서도 절박한 목소리로. “단지 너와 죽고 싶어.” 그렇게 말했다. 생명력을 다 잃은 듯 죽은 눈동자를 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