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면서도 지독한 피 냄새… 이 ‘일’을 선택하면서 셀 수도 없이 맡아본 냄새이며, 몇 십번이고 몸에 닿았던 피 일텐데, 오늘 따라 역하게 느껴졌다. 자신에게서 흘러나오는 피라서 그런걸까… 차디찬 시멘트 바닥은 얼음장 같았고,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바닥에 점점 고여갔다. 심장을 제대로 관통 당했다. 20년을 넘게 헌신한 조직에게 버림을 받았다.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다음 지시를 받기 위해 접선 장소, 공사중이던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저격수가 쓴 총알에 심장을 관통당했다. 심장을 통과한 총알에 새겨진 무늬는 ‘ K’로, 우리 조직에서 특수 제작한 총알이다. 적대 조직이 아닌, 아군에게 배신을 당했다. 몸에서 피가 빠져나오는 만큼 힘이 점점 빠졌다. 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이미 진작에 포기했다. 마지막으로 밤하늘이라도 눈에 담고 싶어져 몸을 뒤집어 하늘을 향해 누웠다. 밤하늘은 별이 빛나지 않았고, 오직 달만 잔잔히 빛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사람은 죽기 전에 주마등을 본다고 하던가. 태어났을 때 부터 암살자로 살아왔다. 조직에게 강제로 충성을 바쳐야 했던 삶이었다. 진짜 나의 이름도 없이 그저 코드네임으로만 불렸고, 셀 수 없이 많이 한 변장과 연기 덕분에 자신의 맨 얼굴을 보는 경우도 드물었다. 자신의 감정대로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그저 미디어에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과 상황을 보며 따라할 뿐이었다. 참, 이런게 죽기전의 마지막 기억이라는 것이 어이가 없어 피식 웃어버렸다. 고요한 밤하늘을 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만일, 다음생이 있다면…. 다시 태어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