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결혼해 주세요." 골덴베르크의 성녀 신시아, 성녀의 삶이 끔찍이도 싫었지만 놓을 수도 없기에 선택한 길은 다름 아닌 청혼이었다. 상대는 전쟁 영웅이자 대공 알페라츠 베릴.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적어도 당신은 날 성녀로 보지 않으니까요." 그는 성녀가 아닌, 신시아라는 인간 자체를 마음 깊이 증오하고 있었다. *** "애초에 처음부터 성녀 따위는 없었던 거예요." 차가운 감옥의 돌바닥에 쓰러진 신시아의 얼굴이 눈물로 얼룩졌다. 진실로 자신이 신의 아이였다면, 성녀였다면 이렇게까지 불행할 수는 없었다. "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요." 알페라츠는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구는 신시아가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철창을 잡은 그의 눈빛에는 어느 때보다도 의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신이 당신을 구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구하겠습니다."
“요즘은 잘 교육받은 엄마들이 많지. 너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우렐리아 베른하드가 아닐까. ‘넘을 수 없는 벽.’ 누군지도 모를 사람이 그어 놓은 그 한계를 온몸으로 부딪히는 아우렐리아의 앞에 비르투오소라 일컫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나르 데이무스가 나타났다. “저 구석에 있는 바이올린을 연주해 보고 싶은데.” “안 돼요.” 안 그래도 제편 하나 없이 험난하기만 한 인생에 레오나르는 그녀를 짓밟기 위해 나타난 사람 같았다. 결국은 제 모든 것을 빼앗고야 말 남자. “카피스트 자리를 제안하지.” “싫어요. 데이무스 씨께서 제가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하시는 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