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궁리뿐인 공작가의 아가씨 모드 하블레인은 황제와의 내기에 뛰어들었다. 대공인 카일 라이즈웰을 건국제에 대동하기만 하면 승자가 되는 내기였다. 난항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내기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으니. 승자인 모드에게는 황제의 부와 영예를, 카일에겐 바렌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안겼다. 그야말로 완벽한 마무리임이 틀림없었다. 카일이 제 발로 모드를 찾아 나서기 전까지는. “나랑, 내기 어때요.” 이제는 바렌 최고의 신랑감으로 우뚝 선 카일이. “일 년 만 모드 양을 내게 줘요.” 이번에는 자신과의 내기를 제안하며 머틀 꽃다발 한 아름을 모드의 품에 안겼다. 꽃다발의 리본이 물결치는 녹음을 따라 나부끼고. “제겐 뭘 주시겠어요?” 표정만큼이나 당돌한 대답이었다. “무엇이든요.” 반짝이는 웃음을 짓는 여자, 카일은 적당히 그녀를 이용하기로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날 줄 수도 있고.” 속삭이듯 감기는 목소리가 지나치게 부드러웠으므로. “모드 양은 날 책임져야지.” 수수께끼 같은 남자와의 수상한 내기가 시작되었다.
봄바람처럼 달콤히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의 마지막 편지는 어떠한가. <헤스터,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뭐?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여전히 사랑하는데. 포기를 모르는 여자 주인공은 도망친 남자 주인공을 되찾기 위해 나섰다. 잊었나 본데, 막이 오르고 나면 네 멋대로 무대에서 내려갈 수가 없다니까! 이 견고한 세계의 남자 주인공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 “마음껏 도망쳐, 그건 네 자유니까.” “…….” “대신 나도 언제나 너를 찾아 나설 거야. 내 멋대로 말이야.” “제발, 헤스터…….” “너는 그런 나를 사랑하잖아. 나도 이런 너를 사랑해!” 오렌지빛 노을을 몰고 나타난 여자가 가장 붉은 태양 아래에서 입을 맞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