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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약한 약혼자가 놓아주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결혼이었다. 망해 가는 백작가의 딸과 유서 깊은 공작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 그에게 깊은 지병이 있지 않았고, 내 몸에서 자연 발생하는 치유력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약혼이었다.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당신이 필요해요. 아무 데도 가지 마.” “공자님…….” “옆에 있어 줘요, 제발.” 뿌리 깊은 불치병이 있었지만, 그는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따라서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제국의 황제를 갈아 치우는 뒷세계의 사람이라곤. *** 제이스 리버튼은 홀린 듯이 고개를 들었다. 수건으로 긴 머리를 닦으며 로잘린이 그곳에 서 있었다. 고작 가운 한 장을 걸친 채, 무기 하나 없는 상태로. “제가 입고 온 옷이…… 없어졌어요.” 비에 젖은 꽃잎 같은 커다란 분홍색 눈동자가 그의 시선을 끌었다. 제이스는 자신도 모르게 팔걸이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새하얀 실내화가 카펫 위를 사박거리며 가까워졌다. 그의 힘으로는 쉬이 부러뜨리고도 남을 작은 발이 겁도 없이 다가온다. 연약한 몸짓은 너무나도 파괴적이었다. “……어째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결코 그녀를 부술 수가 없었다. 로잘린 브리에뉴는 필연적으로 제이스 리버튼의 손에 죽음을 맞이해야 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