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과 내 일족의 피가 섞인 아이를 낳아야 했다. 목적은 하나였다. 저주를 건 역풍으로 고통 끝에 삶을 놓아버리려는 언니를 구하기 위해서. "왕자님의 사랑은 필요 없습니다. 훗날 왕자비나 왕비가 되어 권력을 휘두를 생각도 없고요." "좋아. 나는 이 저주를 풀어낼 동안 온 힘을 다해서 그대를 지키겠다." 그렇게 결혼 계약서에 사인했고 눈앞의 왕자에게 아무런 관심도, 감정도 없었다. 이 남자가 선택된 건 가장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남자 내게 뭘 쥐어주지 못해 안달이다. "당신을 위한 거야. 겨울이 춥지 않았으면 해서." 선물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날 위해 애쓰는 모습에 자꾸만 일렁이는 마음을 겨우 무시했다. 순조롭게 서로 원하는 것을 얻으면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갈 줄 알았다. 그의 시선은 늘 내게 고정돼 있지만, 모습을 드러낸 그의 주변에는 여자가 들끓었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다가오는 건 좋은 신호라 여겼다. 응원하고 축하해 줘야 하는데… 근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 거슬릴까. 게다가 주변에선 왜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건데. 얌전히 저주만 풀고 가려했는데 안 되겠다. 저 남자도 권력도 내가 가져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