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의 젊은 후계자 강재욱 전무. 견원지간인 케인이 공항에서 한 여자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 ‘저 자식 앞에서 저 여자가 내 애인인 척한다면?’ 뛰어난 실력을 가진 미모의 뮤지컬 배우 하희주. 마녀로 낙인찍힌 그녀에게 재기의 기회가 왔으니, 바로 뮤지컬 ‘카르멘’이었다. ‘카르멘을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복수심에서 시작된 그들의 계약. “이 계약을 핑계로 제게 질척대면 곤란해요.” 대담한 희주의 말에 재욱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웃음을 토해냈다. 마침내 웃음을 멈춘 재욱은 잡아먹을 듯 희주를 바라보았다. “이 여자, 참 발칙하네.”
<하자는 거지. 지금껏 우리가 했던 짓.> 서로의 이름도 나이도 모른 채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여겼다. 이안이 다시 나타날 때까진. “오랜만이에요, 모아나. 아니, 이제 은도은 실장이라고 불러야 하나?” 나지막하면서도 깊숙이 울리는 목소리가 귓속으로 나긋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도은은 깨달았다. 지금의 조우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걸. “그러니까 제대로 놀고 싶어졌잖아. 당신과 말이야.” “지금 무슨 말을…….” 이안이 쭉 몸을 폈다. 위협하듯 천천히 목을 돌리던 그가 예고도 없이 그녀 위로 상체를 숙였다. 시원한 향과 함께 위험할 정도로 섹시한 남자의 몸이 완벽하게 그녀를 압도했다. 느릿하게 이안이 입을 열었다. “당신과 제대로 놀고 싶어졌다고.” 진실했지만, 진실하지 않았던 밤. 달콤하게 입맞춤하던 그 입술로 차갑게 속삭인다. “얌전 빼지 말고 즐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