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왜 나한테 뽀뽀했어?”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헤프고 멋대로 들이대고 아무 데서나 잠드는, 그녀는 유쾌한 씨. 이름은 고남주. “대답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그래? 알았어. 책임질게.” 헌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남 일에 신경 끄고 싶은데 한눈에 찍혀 버린 까칠한 전학생 도지완. “기다릴게. 너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너를 기다렸어. 산이 울긋불긋 변하는 시간을 넘어 눈이 오는 시간을 지나 꽃이 피는 시간을 건너 매미가 우는 폭염을 견뎌 냈어. 언젠가 돌아올 줄 알았으니까. 뜨겁게 타오르고, 숨이 막힐 것 같은 첫사랑. 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나는 너를 만나러 가. 일 년을 꼬박 살아 내고 싶은 남주와 서러운 폭염을 견뎌 낸 지완의 기적 같은 이야기.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작은 씨앗과 같다. 홀로 싹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가 된다. 아주 작은 눈빛만으로도, 다정한 말 한마디로도, 심지어 짓궂은 장난에도 저 홀로 덩치를 키운다. 진제에겐 해주가 그랬다. “좋아해.” 그 말 한마디를 위해 너와 내가 돌고 돌아 시절 인연을 맞는다. “좋아하는 게 별거야? 볼 때마다 신경 쓰이고, 안보면 자꾸 보고 싶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그렇게 꽃을 피운 서로의 마음에 알알이 열매가 맺혀가는 것.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널 향해 있는 내 마음. 오늘의 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