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나
한새나
평균평점
그저 살기 위한 결혼이었다

“공작님, 더 이상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엘리네는 자신의 몸은 소생시키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북부 마왕의 심장뿐. 10여 년 동안 그녀는 언제나 그의 목을 비틀고 심장에 검을 박아 넣어 가장 잔인하게 숨을 끊어놓는 상상을 했다. 북부 마왕. 그는 부모님을 죽인 원수이니까.  하지만 북부 마왕 에디즈는 거래를 입에 담았다. “치료를 위해서 나랑 한가지 거래하지 않겠나?” “거래요?” “그래. 완치될 때까지만 나의 아내가 되어줘.” “그게 무슨!” 엘리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를 냈다. 그런 그녀가 무색하게 에디즈는 별일 아니라는 듯 여상히 말했다. “말 그대로야. 목숨값으로 나의 아내가 되어주었으면 해. 기간 한정으로 말이지.” “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엘리네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음. 적어도 나한테는.” *** 시한부 여주와 트라우마 가득한 북부 마왕의 다소 이상한 만남. 오직 서로의 이득을 위한 결혼.  하지만……  점점 마음이 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시궁창의 사랑

갑자기 들리는 발소리에 서윤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기억 속에 묵혀 두었던 향기가 훅 끼쳐왔다. 묵직하고 은은하게 감겨들어 오는 향에 눈이 커졌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 그가 이곳에 있을 리가 없다. “이…사님…? 그, 여기는 어떻게….” “날 보고 할 말이 그것뿐이야? 뭐 잘 지냈냐는 상투적인 말이 나오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인가.” 잔뜩 저를 헤집어 놓는 말들에도 무감각했다. 제게 닿은 이 손길이 다른 이도 아니고 서도진이다. 육 년 만의 재회. 그리고 갑자기 그의 입에서 뱉어진 결혼제의. 서윤은 망설이지 않았다. 과거의 진실을 외면한 채 그저 도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그에게도 이 결혼은 장사에 불과했기에. 하지만 절로 그녀에게 시선이 갔다. 여전히 맑고 곧은 저 눈빛.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빛나는 눈동자. 저 젠장할 현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