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원 씨가 좋아하는 돈, 얼마든지 줄 테니 다리나 벌리라고 할 걸 그랬군.” 가까스로 도하를 거부하던 혜원의 몸을 스치고 지폐가 우수수 쏟아졌다. 온몸을 감싸는 모멸감에 간신히 참고 있던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고작 이딴 걸로 울지 마.” 한 마디 한 마디 가슴을 후벼파던 그의 목소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하게 들려왔다. 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운 그의 까만 눈동자를 올려다보지 못했다면, 마치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갔다고 착각할 만큼 부드러운 음성이었다. “난 당신을 천천히, 망가뜨릴 거거든.” 결국, 참고 참았던 눈물이 혜원의 뺨 위로 흘러내렸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잘못됐을까. 되돌릴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바보 같았지만, 다시 그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그의 날 선 말과 배려 없는 손길, 고통만 느껴지는 밤. 아무리 찢기고 아파도, 도저히 버릴 수 없는 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