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6번째 어스, 테라 시뮬레이션 종료. 원일점에서 최후의 불특정 생존자들을 2번째 테라 시뮬레이션으로 옮길 것.> 행성AI에 의해 지구가 멸망기로 요약된 순간, 또다시 이전의 삶으로 회귀한 원건. 그리고 그의 상태창 왼쪽 상단에 떠있는 5/5. 분명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려주는 시한부 선고였다. 지구가 수백 만 개의 행성 실험체들 중 하나였다는 걸 알게 된 원건에게 이후의 길은 생각보다 명료했다. 그 끝에 대체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되겠다는 것. 그리고 최후의 전략은 다름 아닌 방공호. 2,000억을 들인 방공호가 완성된 순간, 지구의 멸망이 찾아왔다. 원건은 이 세계가 어떻게 정의되고 또 재정립되는지에 대해 굳이 관심이 없었다. 그저 안락한 방공호 안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될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 세계를 관장하는 행성AI가 그의 세계에도 관여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메인 임무가 주어집니다. 1시간 안에 살아 있는 생명체를 사냥합니다. 만약 24시간 안에 사냥하지 못할 경우, 대상자는 제거됩니다.> 밖에 나가서 사냥을 하란다. 그것도 득실거리는 몬스터들 속에서. 젠장, 그럼 난 여태 그 개고생을 하면서 방공호는 왜 지은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