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실엔 왜 들어왔지? 난 부른 기억이 없는데.” 그의 몸 아래에 깔린 채 콩닥콩닥 뛰어대는 작은 심장이 놀랍도록 사랑스러웠다. 자꾸만 도망가려는 여자의 고개를 잡아채 입술을 눌렀다. “누구지?” “이…. 이해수입니다. 대표님.” 뭐? 설마 검은 뿔테 안경을 멋대가리 없이 쓴 채 늘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 조리사. 이해수라고? “나한테 몸이라도 던지러 온 거 아닌가?” “그런 거 아닙니다. 대표님. 전….” “그런데 어쩌지? 난 지금 이해수 씨 안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 여자에게 몸이 반응하는 게 당황스러웠다. 그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여자에게 독설을 내뱉었다. “제가 대표님 침실까지 들어오게 된 건 명백한 제 실수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물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대표님을 제가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맹세코요.” 여자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턱 끝에 매달렸다. 침대에 몸을 옆으로 뉜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태서의 눈빛이 짙게 변했다. 괴롭히고 울리고 싶은 여자. 이해수. 너 나한테 잘못 걸렸어. *** 호텔 뷔페 조리사로 새 삶을 살아가는 이해수. 뜻하지 않게 새로 부임해 온 호텔 대표가 제 첫사랑, 장태서일 줄이야! 길고 긴 화상 치료로 인해 달라져 버린 얼굴과 바뀐 이름으로 인해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태서가 그녀를 전담 요리사로 두는데. 피하고 싶었던 운명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인연으로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고,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관계는 비밀스럽고 안타까운 계약 연애로 이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