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인 지욱과 하우스메이트로 지내는 은수.그녀가 갑자기 부탁을 해왔다."우린 친구잖아. 남녀사인 입장이 또 달라.""치료를 계속 받아보지."지욱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가 도와주는 건 어때? 병원비 말고 스킨십 하는 거.”지욱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사귀는 상대가 아니니 자존심 상할 일도, 하기 힘든 이야길 새삼스레 꺼낼 필요도 없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은수에겐 그만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상대였다.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결국 그 하나에 모든 걸 걸기로 했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최무혁-까칠한 남자. 가출한 여동생을 찾으려다 엉뚱한 여자와 엮이다.서혜주-연애 이론만 풍부한 모솔 웹툰 작가. 어설픈 연애코치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본문 중에서>“그날은…….”“토요일은요…….”두 사람은 동시에 말을 꺼냈다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먼저 해요.”그녀가 말했다. “아니야. 당신이 먼저 말해.”무혁은 양보하는 척 혜주에게 우선권을 넘겼다. 짧은 침묵이 흐른 뒤에 혜주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토요일 일은……서로 잊었으면 좋겠어요.”“…….”“너무 충동적이었어요. 제가 현실감각이 떨어져서 실수를 한 것 같아요.”겨우 마음을 놓으려던 무혁을 충격에 빠트려 놓고 혜주는 잘게 썬 야채를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쓸어 담았다. “미안해요.”무혁은 할 말이 없었다. 어쩐지 이럴 것 같더라니. 문을 열어준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었다. 반박을 안 한다고 안심하는 게 아니었다.마음 같아선 누구 맘대로 잊느냐고 묻고 싶지만 깔끔하게 선을 긋는 여자에게 책임지라고 덤벼들 수는 없었다.“아니, 내가 미안하지.”“최무혁 씨가 왜요. 제가 우겼는데요.” 차라리 문을 열지 말지. 밥이 모자란다고 하지. 이 여자는 감당할 수가 없다. 밥을 먹자며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하잖다.“잠깐 나 급한 일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무혁은 막 프라이팬에 밥을 넣으려던 혜주에게 말했다. “아, 그래요?”급히 밥을 내려놓고 가스 불을 끄는 얼굴이 왠지 안심한 듯 보였다. 이 여잔 대체 날 뭐로 보는 걸까 궁금했다. 이제껏 만났던 그 어느 여자와도 다른 여자였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목덜미가 쭈뼛 일어섰다.마치 늑대와 마주친 것처럼.가사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만난 집주인은 또래의 젊은 남자.게다가 깜짝 놀랄 만큼 멋진 외모의 소유자였다.하지만 얼마 안 있어 알게 됐다.그가 외. 모. 만. 멋진 남자라는 걸.그때 재빨리 눈치 채고 도망쳤어야 하는 건데.결국 운 나쁘게 걸려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그리고 내 돈도 갚아야지. 8천만 원.”“언젠간 꼭 갚으려고 생각…….”“언젠가? 그거 안 갚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그럴리가요.”“그럼 당장 갚아. 지금부터.”“당장요?”당장이라니. 이런 말은 없었는데. 갚는 것도 뭐가 있어야 갚지. 이 남자, 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 다인은 골치가 지끈거렸다.“제가 당장은 가진 게…….”“있잖아.”도혁의 손끝이 다인을 가리켰다.“윤다인이 유일하게 가진 거.”<[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빈약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당장 치워요.”“왜? 이런 거 처음이야?”“이…….”그동안 남자들이 가만 놔두질 않았나 봐. 안타깝게도 죄다 후진 놈들인 것 같지만. 혹시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가?”돌아보는 건욱의 눈이 가늘어졌다.“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조용히 꺼져줄 수 있어요?”도전적인 말투에 건욱이 그녀의 눈을 빤히 들여다봤다.“일은?”“장난쳐요? 일은 해야죠.”“일하는 김에 연애도 좀 하는 건?”테이블 위로 상체가 기울어졌다. 조금만 더 몸을 기울여도 숨이 닿을 것 같았다.“지금 그걸 말이라고.”“좀 하자. 연애.”건욱의 짙은 눈동자가 바짝 가까워졌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성마른 눈빛. 까만 동공 안쪽으로 새파랗게 불빛이 일었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난 결혼할 여자 찾으러 나온 겁니다. 자선사업 하자고 없는 시간 쪼개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늦는 친구 대신 시간을 끌려고 나간 선 자리였다.선 상대인 남자는 거침이 없었다.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멋진 남자란 이런 것이다.’ 미친 존재감을 뿜어대는 남자였다.“저는 여기서 그만 일어서죠. 아무래도 제가 원하는 사람을 찾은 것 같아서.”남자가 연홍의 손을 잡은 순간.연홍의 앞길엔 가시밭길이 펼쳐졌다.“그렇게 겁먹은 얼굴 할 거 없어. 진짜로 뭘 하자는 게 아니니까.”처음엔 분명 가짜 약혼이었다.“들려? 이 소리.”“무슨.”“내 심장 뛰는 소리.”“……!”“이거 나한테만 들리는 거 아니지?”재열이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어때?”“뭐가요?”“나랑 잘해볼 생각 없어?”“…….”“난 연홍 씨하고 잘해보고 싶은데.”잘생긴 남자는 이게 문제였다.조금만 무게를 잡아도 멜로 필이 난다는 거.<[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태진 가(家)의 혼외자, 태무혁.“무혁이 근황을 내게 보고해줬으면 좋겠어. 아주 상세하게.”그룹 안주인인 강 여사의 요구였다.고작 과장인 수연으로선 거부할 수도 없는.말 그대로 명령이었다.“묵비권이라. 그게 더 불리할 텐데. 날 속일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나?”“현장을 딱 걸렸는데 어떻게 속여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요.”휩쓸리지 않으려는 마음과 그에게 끌리는 속마음.“저보고 이중첩자가 되란 소리예요?”“어차피 지금도 스파이면서 뭐가 다르지?”그런 수연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무혁은 끊임없이 수연을 흔든다.“그래서 말했지. 내가 류 과장 좋아한다고.”“왜 그런 거짓말을 하신 건데요?”“왜 거짓말일 거라 생각하지?”무혁의 눈에 위험한 빛이 어른거렸다.그 눈에 삼켜질 것만 같아 눈을 감고 말았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남자와는 처음부터 지독한 악연으로 얽힌 사이였다.“당장 집을 비워줘야겠어.”표정 없는 까만 눈동자가 서연을 응시했다.“얼마 전에 이 건물 샀거든, 내가.”남자가 갈 곳 없는 서연에게 대안이라며 내민 카드는집을 고치는 동안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살라는 거였다.“흑심이 아니면 왜 도와주겠다는 건데요?”따지는 서연을 내려다보며 승욱이 피식 웃었다.“내가 의식 돼? 남자로?”같잖다는 표정이었다.“말했잖아. 집주인으로서의 책임감. 그거 말고 뭐가 더 있지?”“…….”“솔직히 당신은 내 취향도 아니야.”“잘 됐네요. 나도 그쪽 같은 남자 관심 없으니까.”이 남자만큼 자신의 밑바닥을 본 사람도 없었다.5년 전 난리발광을 하던 모습까지 다 본 사이니이제와 새삼 숨길 것도 없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설마, 제가 당신을 덮친다거나 그런 일은…… 없겠죠?”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다정과 인기 수의사 김현.다정은 번식기의 새를 배달하는 고액 알바를 하던 중일의 의뢰인인 그와 마주친다.“다정 씨가 필요하다면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도와요? 뭘요?”불쑥불쑥 아는 사이처럼 구는 그의 태도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막 자고 그런 취미 없어요.”“그냥 참으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할 겁니다.”“보기보다 헤프시네요.”“상대에 따라서는요.”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이 잘난 남자 때문에.<[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우리 1년 만인가?”완벽주의자에 집요한 성격.예능국 히든카드 심태석.“모르겠어요. 예능국에서 다시 불러줄지도 자신 없고.”입봉을 말아먹고 라디오국까지 밀려온 오연주.“술 취해서 잔 거 아니라니까요. 가방 이리 주세요.”“조그만 게 고집만 세서 진짜 말도 더럽게 안 듣지.”오랜 짝사랑을 끝냈다고 생각했는데.속도 없이 떨리는 마음이 원망스러웠다.사심이 없다고 외치는 소리도온통 공허하기만 했다.“선배는 내가 그렇게 편해요?”“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사람 달궈 놓기만 하고 그냥 갈 거야?”이건 기분 탓일까.어쩐지 다시 만난 태석은 예전과 다른 표정인 것만 같았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처음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하지만 막상 만나고 나니 더욱 더 절실해졌다.인간은 이상한 생물이다.안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절실해진다.무슨 수를 써서든 갖고 싶었다.서은영이란 여자를.“초상화가 필요합니다.”충동이었다.다가갈 구실이 필요했으니까.화가의 작업실에 드나드는 구실로그림모델이 되는 것만큼 완벽한 건 없을 것 같았다.“사진보다는 그래도 실물 모델이 낫지 않습니까?”“그렇긴 하죠.”“제가 모델을 서죠.”“태현준 씨가요?”“적은 돈도 아니고. 그럴싸한 결과물을 원하니까.”은영은 전시회를 앞두고 찾아온 손님이 내키지 않았다.“내가 이렇게 무서워 보입니까?”“강인해 보이길 원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요?”“충분히 강인한데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입술을 비틀며 웃는 남자의 표정에심장이 툭 떨어졌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몇 년째 같은 팀 팀장을 짝사랑 중인 그녀, '우연수'그리고 갑작스레 나타나 그녀에게 계속 다가오던 낙하산 부사수, '차강혁'“오늘 이사했어요. 선배네 바로 아래층.”자신과 같은 오피스텔로 이사 왔다는 말에,저녁이나 같이 한 번 먹으려던 그녀는다음날 아침, 자신의 집 욕실에서 나오는 강혁을 보게 된다.“팀장님 포기하겠다고 말한 건 기억납니까? 절 이용해서라도 잊겠다고 했는데.”“제발 아니라고 해 줘.”한순간 정신이 나갔던 건가,그녀는 눈앞이 아득해지고….까맣고 짙은 눈동자.그의 검은 동공 안쪽으로 불온한 것이 스쳤다.“저, 선배 좋아합니다.”강혁의 시선이 연수의 입술에 고정되고,그의 느릿한 음성은 그녀의 목덜미 솜털이 곤두서게 만들 말을 내뱉는다.“그러니까 나랑 한번 해봐요. 그 연애란 거.”<[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경원그룹 전략본부장 황태준.차기 회장감으로 거론되는 능력자지만 싫은 건 죽어도 못 참는 까칠남.“난 정략결혼 따윈 안 해.”비서인 아영이 남자친구와 헤어진 걸 계기로 그가 제안을 해왔다.“주 비서가 방패가 돼줘야겠어.”주주 회의 때까지 귀찮은 맞선을 피하는 대가로 그가 내민 건 아영이 평생 벌어도 갖지 못할만한 것이었다.“모든 것을 포함인가요?”“그 정도는 각오해야지.”“그래도…….”당황스러웠다.아무리 연기라지만 상사와 거기까지 가도 되는 걸까.“그래도 여긴 직장이고.”아영의 뒷걸음질에 태준의 입꼬리가 비실대며 올라갔다.“무슨 소리야. 일하다 눈 맞은 연기를 해야 하는데.”싸늘하게 빛나는 두 눈이 아영을 겁쟁이라고 비난하는 것 같았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레시피를 훔치는 수밖에.“너 천재구나?”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진욱이 입술을 비틀며 비스듬히 웃을 때마다은소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셰프는 절 왜 좋아하는데요?”“낸들 아냐. 내 마음이 그런걸.”“왜 짜증이에요?”“넌 내 스탭이잖아 인마.”요리 프로에 합류하게 되면서상황은 점점 더 꼬여갔다.“셰프 나랑 잘래요?”“너 미쳤어?”은소 역시 모르지 않았다.이것이 잘못된 선택임을.“연애를 하자는 건 아니고요.”“좋은 말할 때 후회할 짓 하지 마.”그래도 어쨌든 살아야 했다.그러니 다른 방법은 없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건축사무소 ‘결’의 대표 도강우.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가고일이란 별명으로 통한다.“황 대표 손절하고 나로 갈아탔다고 하면 어때?”타고난 카리스마와 능력.건축가들 사이에 천재라고 불리는 남자.그런 그가 수이에게 손을 내밀었다.“버림받았다는 소문보다야 덜 비참하지 않을까?”좋은 마음으로 자신을 도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윤수이 인생에 두 번 다시 호구 짓은 없다.“저도 갤러리 공사에 참여시켜 주세요. 공동 디자이너로.”“꿈이 야무진데?”“호구보다야 속물이 낫죠.”“책임자는 어디까지나 나야. 그건 명심해.”상호합의 하에 이루어진 가짜 약혼.하지만 속여야 할 상대 역시 만만치 않았다.“약혼했다면서 반지는 아직이네?”만만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강우의 옛 연인.하지만 수이 역시 그녀만큼 필사적이었다.“한번 믿어보려고요. 저 지금 강우 씨한테 진심이거든요.”수이에겐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이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대양홀딩스 대표 차건.투자자로 참석한 제작발표회에서 마주친 수연이 자꾸만 신경 쓰인다.오기만 가득한 그 모습이 꼭 예전의 저 같아서.“감독까지 때리던 기세는 다 어디 가고 겁먹은 척이지?”“제가 무슨 겁을……. 그리고 때리진 않았거든요.”“이수연 씨는 내가 무서워?”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안 잡아먹어.”“……누가 뭐래요.”“지금 당장은.”킥.놀리듯 새어나오는 웃음.“영화에 투자하신 이유 저 알아요.”“동생이 그런 소리까지 해?”“담보로 맡긴 지분 꿀꺽하려는 거라면서요.”이런 남자에게 두근거리다니수연은 주책없는 심장이 원망스러웠다.“절 이용할 생각이면 관둬요. 영화 잘못되면 제일 손해 볼 사람이 저니까.”“수연 씨를 이용한다? 나쁘지 않군.”동생이 수연을 제게 보낸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하지만 뭘까. 이 마음은.미끼인 줄 다 알면서 삼키고 싶어지다니.“그럼 반대로 그쪽에서 날 이용해보는 건 어때? 쓸모가 아주 많을 텐데.”<[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두 집안의 이권이 얽힌 결혼.“많은 게 달라지겠죠. 처음부터 우리가 자게 되면.”“이를 테면?”“그쪽 집안이 제공할 정치자금의 액수 같은 거?”이 결혼에는 비밀이 있다.“아버지는 손뼉을 치시겠죠. 우리 시장님이 보기보다 돈을 좋아하셔서.”결혼 후 한 달이면 사라질 이미테이션.그것이 하연의 정체였다.“맹물인 줄 알았더니.”“순진하지 않아 실망하셨어요?”30억.하연에겐 인생을 바꿀 기회였다.“아니. 오히려 좋아.”태주의 검은 동공에 열기가 일었다.“결혼생활이 재미있어질 것 같군.”씩 웃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정략결혼이라니. 내가 총 맞았어?”서진그룹 본부장, 기태조.소은에게 그는 단지 일벌레에 제멋대로인 상사일 뿐이다.비서인 소은과의 소문을 핑계로 그가 정략혼을 파탄내기 전까지는.“절 해고하라고 했다면서요. 그 때문에 파혼 이야기가 나온 거라고.”익명의 게시글로 퍼진 스캔들.소은은 억울했다.“그래. 그 얘길 듣고도 그 결혼을 해야 한다고?”“그야 회사 입장에서 보면…….”“회사 입장은 왜 봐. 당신은 당신 입장만 생각해.”뭐지.이 난데없는 생각해주는 척은.“힘도 없는 주제에.”역시 아니었다.“본부장님하고 저하고……. 그게 어디 말이 돼요?”“지금 나한테 먼저 선 긋는 거야? 나도 아니고 서 실장이?”어처구니없다는 표정.기태조의 입가엔 비웃음이 역력했다.“5년을 함께 일했어. 감정이란 게 싹틀 수도 있지.”넥타이 매듭을 당기는 굵은 손마디.손등에 도드라진 시퍼런 핏줄.난데없는 공격에 심장이 발작하듯 뛰기 시작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기사거리를 찾으려 들어간 서문 그룹 창립기념식서문의 후계자 기승조.“무슨 짓이야.”“눈을 감기에. 이런 걸 원했던 거 아닌가?”“미친 놈.”“그걸 원해?”하얀 피부에 붉은 입술.집요하게 빛나는 눈빛.10년 만에 만난 그는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집으로 갈까? 아니면 호텔이 나을까?”“호텔은 왜?”“남녀가 호텔에 가는 이유를 몰라?”승조가 씩 웃었다.“주다영. 못 본 새 내숭이 늘었네.”“내가 너하고 그런 델 왜 가는데.”내숭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내가 네 약점을 잡았으니까?”바짝 다가든 동공 너머심연처럼 푸른빛이 어른거렸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도원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도원 패션 대표 도인혁.“닥치고 결혼해.”철저한 사생활 관리를 자랑하던 인혁은후계자 다툼에 몰려 조부에게 압박을 받는다.“그게 다야? 다른 말씀은?”“다른 말씀은 없으셨습니다.”회장님의 수행비서 홍지은.인혁은 할아버지의 수족인 그녀를 구슬려 회장실의 동태를 파악하려한다.“저녁이나 먹자고. 혼자 갈 수 없는 데라서 그래.”“…….”“홍 비서가 안 가겠다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왜 저와…….”“뭐가 그렇게 겁나는 건데? 설마 내가 홍 비서를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설마요.”하지만 그 설마가 일어나고 말았다.“결혼을 전제로 사귀어보겠다고 했어.”“누, 누구한테요?”“누구겠어. 당연히 할아버지겠지.”별 걸 다 묻는다는 표정.그들에게 결혼은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홍 비서도 잘 생각해 봐. 이대로 잘리는 것보다야 그 편이 낫잖아.”<[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일 때문에하루아침에 한라 그룹 후계자 낙하산 류강진의 상무이사실 소속이 된 예서은.“아, 진짜 말 더럽게 안 듣지. 둘만 있을 땐 말 좀 편하게 하자니까.”“저는 존댓말이 편합니다만.”과거의 일로 얻은 부담감과 상사와 비서로서의 위치를 되새기며 필사적으로 선을 긋지만.다른 사람이 있건 없건 직진하는 상사 때문에 사내 특별취급을 받는 것처럼 되어버려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진다.무슨 특별취급이 그따위냐고.*“유혹하는 거 아니면 이러지 말지. 사람 괜히 두근거리게.”“방금 넘어질 뻔했다고요.”안은 게 아니라 부축이라는 거다. 이 싸가지야.“다리에 힘을 더 줘 보세요.”“줬어.”“더 줘야죠. 똑바로 서보라고요.”“어디 세워봐.”이 자식이 진짜.“비 와. 우산 가져가.”“그렇게 걱정이 됐으면 대리를 부를 것이지 왜 날 불러. 돈도 많으면서.”“자고가라.”고개를 들자 강진과 눈이 마주쳤다.술에 취해 흐려진 눈이 아니었다.“너, 안 취했구나.”나쁜 자식.더 화가 나는 건 쇼인 줄도 모르고 한심하게 군 자신이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1200억인데, 낼 텐가?”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하지만 건욱에겐 그 땅이 필요했다.“엿들었나?”“저도 관계자거든요.”땀에 젖어 반짝이는 얼굴.겁 없는 시선.“제가 땅 주인이거든요.”염지윤.정원사라고 생각했던 여자는 염 씨 영감의 손녀였다.“서건욱 씨가 저하고 결혼하는 건 어때요?”맹랑한 제안이었다.“계약 결혼도 괜찮아요.”“…….”“취향이 아니면 귀찮게도 안 굴게요.”“당신한텐 뭐가 남지?”“땅이 남겠죠.”결혼도 하기 전에 시작된 이혼 협상.“굳이 상대가 나인 이유는?”“서건욱 씨는 절대로 자기 걸 뺏길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요.”“보는 눈은 있군.”“이혼할 때 선산 쪽 땅 절반 드릴게요.”“위자료를 주겠다?”“아뇨. 제가 뭐라고 그런 걸 드려요. 감히. 땅값으로 30억만 선불로 내시라고요. 수목원 조성 기금으로.”야심만만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터무니없는 계획에 속절없이 끌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재수가 옴 붙은 건지.운명의 시련이라고 해야 할지.전멸한 입사원서 중 딱 한군데 남은 곳이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본부장으로 있는 곳이라니.“합격하면 다닐 건가?”서민혁.성연 그룹 본부장이자 회장의 혼외자인 그는혜영의 전 남친이자 일부러 상처를 주고 헤어진 남자였다.“그래서 절 왜 붙인 건데요? 맘껏 분풀이라도 하려고요?”“뭐, 맘껏은 아니고.”민혁의 눈이 싸늘해졌다.“기억 나? 나하고 헤어질 때 했던 말.”“그……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내 입으로 뱉은 상처로 뒤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거든.”다른 곳에 한 군데라도 붙었다면 가지 않았을 자리였다.“어디 해 봐.”까만 속눈썹.어딘지 광기가 느껴지는 눈에 한줄기 반짝, 빛이 긋고 지나갔다.“내 밑에서도 꿋꿋이 다닐 수 있다면.”<[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호기심과 욕망.본능에 이끌린 하룻밤.우연히 만난 남자와의 충동적인 원나잇.단 한번이라고 생각했던 만남은 우연한 재회로 이어졌다.송도현.신소재 섬유업체 아라크네의 젊은 대표.“세상 참 좁긴 하네.”나른한 표정.길쭉한 눈매가 더 가늘어졌다.“잠든 틈에 가버리다니. 무슨 매너가 그렇지?”“즐겼으면 미련을 남기지 않는 편이 깨끗하죠.”“당신한테는 자주 있는 일이란 건가?”의외라는 말투였다.그리고 다시 찾아온 도현은이수에게 타협안을 내밀었다.“그날 일은 일단 없었던 일로 합시다.”“…….”일단?“아라크네에 당신이 꼭 필요하거든.”“…….”“맞춰줄게. 그쪽이 원하는 게 그거라면.”의미심장한 웃음.그런 그가 얄밉게도 멋져 보였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옆집.초등학교, 중학교를 함께 거친 사이.“너 지금 여자처럼 굴고 있는 거 알아?”수연은 움찔했다.“질투하는 것도 아니고.”멋대로 입술을 맞춘 순간경악으로 커진 은호의 눈동자가 보였다.“……혹시 기분 나빴어?”“너 술 마셨냐?”“싫으면 됐어. 나도 억지로 하자고는 안 해.”“너, 사고 쳐놓고 무책임하게 도망칠 거야?”굽어보는 눈빛처럼 말투 역시 야멸차기 그지없었다.“……사과 했잖아.”“멋대로 행동하고 사과 한 마디면 끝?”“무슨…….”표현을 해도 꼭.“그래놓고 다시는 안 볼 생각인 거지? 3년 전처럼.”독한 놈.꼭 말을 해도 이렇게 독하게.수연은 원망을 가득 담은 눈으로 은호를 노려봤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16년차 친구 사이.아버지의 일 때문에 어려서는 같은 집 대문 안에서어른이 된 지금은 같은 방송국에서 피디로 일하는 두 사람.드라마 종방연이 있던 날 친구의 도발에 흔들렸다. “친구? 정말 그것뿐?” 도겸의 짙은 눈썹이 삐딱하게 기울어졌다.예리한 송곳 같은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뚜렷한 이목구비그린 듯 또렷한 짙은 눈썹.하얀 얼굴에 어지간한 여자보다 더 예쁜 붉은 입술.홀린 듯 바라보게 되는 도겸의 관능적인 입술에 시선이 갔다. 발칙하게도 지은은 문득 궁금해졌다. “나도 궁금하네. 우리가 어떻게 될지.” 빤히 내려다보는 눈빛에 목덜미가 따끔거렸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짧은 결혼생활과 이혼.낯선 동네에서 빈손으로 시작하게 된 생활.“별 수 있어? 작정하고 속이려고 들면 속는 거지.”바보처럼 속았다며 자신을 탓하는 지윤을 유일하게 편들어주는 사람.지윤이 일하는 카페 ‘동백’의 사장 강석주.“자책할 필요 없어. 스스로를 미워하는 게 제일 고약한 거야.”“죄송해요. 울면 안 되는데.”“괜찮아. 체면 좀 구겼다고 죽지 않으니까.”그래도 착각하면 안 된다. 그와 자신은 엄연히 다른 처지니까.“말끝마다 사장님이래. 선이라도 그어?”“눈치 채셨어요?”“농담도 하네.”“농담 아닌데.”어색하게 웃자 그가 지윤을 빤히 들여다봤다.문득 그의 손이 차가워진 지윤의 손을 감쌌다.“이러면 선긋기 실패지?”“저 동정하시는 거예요?”쌀쌀한 말투와는 달리 심장은 제멋대로 뛰고찬바람을 맞은 얼굴은 점점 더 달아오르기만 했다.“사장님 제 취향 아니에요.”그래도 이건 아니다.사랑 같은 건 지윤이 가진 선택지엔 존재하지 않았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JM에서 거액의 투자와 함께 감시자로 파견된 태석.사냥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육식동물처럼하는 일 없이 7층을 배회하던 태석의 눈에 들어온 한 여자.“제가 건들거리는 남자는 딱 질색이라서요.”사내연애를 하다 뒤통수를 호되게 맞고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7년차 대리 연홍.“내가 건들거려? 자신감 아니고? 다시 봐. 잘 보라고.”“조금 느끼하기도 하시고요.”“또? 더 없어?”“씀씀이도 헤프신 것 같고.”“그만한 능력이 된다고는 생각해본 적 없어?”여자가 자꾸만 태석의 심장을 긁는다.“솔직이 부담스럽죠.”“무조건 싫다는 거네.”문이 닫히고 둘만 남게 되자 연홍은 태석에게 고개를 숙였다.“죄송했습니다.”“뭐가?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날 바보 만든 거?”“조직생활을 위한 정당방어였다고 생각해주세요.”“한 마디도 안 지는군.”“질 이유가 없으니까요.”야무지게 대꾸하는 여자가 태석은 싫지 않다.“혹시 떨렸나?”“네? 아뇨.”“네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자꾸만 놀리고 싶게 만든다.얼마 지나지 않아 연홍이 먼저 태석의 사무실로 찾아왔다.“전에 말씀하신 스카우트요. 아직 유효해요?”“유효하면?”“어디 한번 해보죠. 그 공생이란 거.”꼭 쥔 주먹에 하얗게 힘이 들어갔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