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로 발령받은 부연수라고 합니다.” 말간 얼굴로 내연녀란 꼬리표를 붙이고 순진한 척 구는 비서 부연수, 그런 여자를 무시하면 그만일 줄 알았던 진태오. “난 그쪽 사생활. 관심 없는데.” 무감한 말투로 선을 그은 태오의 곧은 입술 한쪽이 슬쩍 비틀렸다. “본부장님, 저는.” “하긴 부연수 씨가 뭘 하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죠.” 숨겨진 핏줄인 그가 원치 않는 후계 싸움에 휘말려 한신그룹에 머물기로 약속한 한 달, 경쟁 상대가 꽂은 스파이인 그녀의 모든 건 당연히 거짓이라고 믿었다. “저… 불편하시잖아요.” 다 들켰으면서 도리어 담담하게 구는 그녀가 거슬렸다. 그녀의 울 것 같은 표정이 그랬고, 잡아먹힐 새처럼 갸냘프게 떠는 어깨가 그랬다. 그래서 태오는 보란 듯 힘없는 부연수를 마음껏 가지고 놀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면 뭘 잘하죠?” 뭘 잘하냐니…….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쏟아지듯 자신에게 기운 진태오의 얼굴로 향했다. “서로 다 아는 사람들끼리, 시간 끌지 말지.” 하지만 서로를 뜨겁게 안았던 시간이 태오를 혼란으로 몰아갈 시작이 될 줄은…. “일어나요. 이러는 거 한 달도 안 남았어.” 누구도 예상 못 한 진실이 탄로난 겨우 단 하룻밤. “그러니까 잔말 말고 내 옆에서 버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