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나 안 볼 거야?” 대학교 CC부터 시작한 7년간의 연애. 서도빈과의 장기 연애는 세희에게 꽤 내세울 만한 것이었다. 그가 다른 여자랑 있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화병으로 쓰러질 것 같았다. 기왕 복수를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리고 서도빈, 네가 가져 그냥.” *** 서도빈이 단순히 후회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무너지길 바랐다. 그래서 한이원을 찾아갔다. 한이원. 이원만큼 이 복수에 적합한 사람은 없었다. 이 계약 연애에서 그도 얻는 게 있을 테니. “저랑 연애하시죠. 한이원 씨. 딱 1년만.” “…날 이용하겠다?” 단순한 계약 연애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원은 계속해서 세희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뒤로 물러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야.” 열기 어린 음성은 분명한 경고를 전했다.
“그 직원 당장 올라오라고 해요.” 이도연. 은색 명찰 안에 쓰인 이름 석 자. 왠지 여자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었다. “이도연 씨.”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안타까운 척 말투를 꾸며 내는 건 정한주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애초에 도연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저는, 이 호텔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절박하다 싶을 정도로 매달리는 음성이었지만, 도연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는데. 단단한 눈빛 속에 감춰진 속내에 대해 옅은 궁금증이 싹텄다. “…이곳에 힘들게 들어왔고, 계속 여기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때, 정한주가 이도연을 자르지 않은 건 단 한 번의 변덕 때문이었다. 주제도 모르고 협박까지 하는 이도연을 봐준 것 역시. “내가 충고 하나 할까요. 약점은 쉽게 들키는 거 아닙니다. 동물이 사냥할 때 상대 목덜미부터 무는 것처럼 인간은 타인의 약점을 알게 되면 기가 막히게 쥐고 흔들거든.” 이도연은 중요한 걸 들켰고 정한주는 그걸 놓칠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이도연 씨가 쥐고 흔들려 한 게 내 약점이 아니라는 거고.” 너의 가장 큰 문제는 내게 걸린 거다. 그리고 내게 걸린 이상 너는 가라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