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질색하니까 더 옆에 두고 싶잖아. 강제로라도.” 회장 비서로 근무한 지 7년째 되던 날. 인사 명령이 떨어졌다. 회장의 가장 아끼는 손주이자 그룹의 예정된 후계자인 정도운 대표를 보조하라는 것. 그리고 그를… 감시하라는 것. “하다 하다 비서까지 물려주시네.” 낮고 힘 있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올리자, 차갑게 벼려진 눈동자가 거기에 있었다. “난 비서는 사람으로 안 봅니다.” “….” “상사가 아무런 불편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비서의 일이지. 그런 건 인간으로 취급 안 한다고.” 그냥 물건이지.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하지만 물러설 순 없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생각. 침대에서도 그래야 할 텐데?” “네?” “아직도 일곱 살짜리 애도 아니고 말을 못 알아듣네.” "…." “너, 나랑 뒹구는 것까지 할 자신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