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정
임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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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약

어느 날, 황제가 바뀌었다.“너의 혼약자는 황제였다. 이락성위 문요가 아니라, 황제.”그녀는, 황후가 되기로 약속된 여인이었다.“만약 문요가 태자 신분으로 죽고 내가 황위에 올랐다면, 너는 누구의 처가 되었을까.”하늘이 뒤집혔다.“문요가 조금 늦게 죽은 것뿐이다.”그녀는 그를 노려보았다.세상을 다 훔쳐 간 걸로 모자라 기어이 제 집안까지 탐내는 더러운 찬탈자.제 혼약자를 죽인 원수.“수백은약.”제 혼약자의 아우.“이제 내가 황제다.”

은야연람

“……가서 은효공주를 모시고 와.”한려왕의 그림자, 오로지 한려의 왕을 위해 살아온 남자, 여주민.한려왕과 같은 어머니를 두었지만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황제국의 적통공주, 예여령.“어찌 제가 감히 마마를 똑바로 마주 서서 알현하겠나이까.”“그만두십시오. 원래대로 돌아와 주세요. 부탁입니다, 아니, 명입니다.”“그럼…….”갑자기 주민이 방금 전까지 굽실거리던 사람답지 않게 똑바로 섰다. 그러더니 여령의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러더니 여령의 코앞에 서서는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그의 태도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기에, 여령은 이 사람이 방금까지 감히 저와 마주 설 수 없다고 극구 머리를 조아리던 이가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혹시 또 자신을 놀린 건가 싶어 고개를 살짝 꺾는데, 주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그럼…….”잠깐, 목소리가 왜 이리 가까운 걸까. 새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민의 얼굴이 너무나 가깝다. 말을 뱉은 입술이, 호흡하는 코가, 그리고 유난히 그윽한 눈이, 저 깊은 눈이, 지나치게 가깝다. “공주로 대하지 않아도 됩니까?”

은약 - 연녹매화001

어느 날, 황제가 바뀌었다. “너의 혼약자는 황제였다. 이락성위 문요가 아니라, 황제.” 그녀는, 황후가 되기로 약속된 여인이었다. “만약 문요가 태자 신분으로 죽고 내가 황위에 올랐다면, 너는 누구의 처가 되었을까.” 하늘이 뒤집혔다. “문요가 조금 늦게 죽은 것뿐이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았다. 세상을 다 훔쳐 간 걸로 모자라 기어이 제 집안까지 탐내는 더러운 찬탈자. 제 혼약자를 죽인 원수. “수백은약.” 제 혼약자의 아우. “이제 내가 황제다.”

잔디벌레

막연히 의사가 되기 위한 삶을 살아왔던 세요 폰 어뷔니트. 인간을 살리기 위해 의사가 되어야만 했던 웨인 파예트. 잔혹한 과거, 어긋난 현재. 그리고 우연히 찾아온 신비로운 능력, 보통 사람들과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증명. 꿈을 좇는 네 청춘이 펼치는 깊은 우정의 향연이 시작된다....

카키브라운

그가 손을 내민다.왜일까. 왜 이렇게 눈이 부신 걸까. 너무도 강해. 너무도 눈이 부셔.빛 속에서, 빛 덩어리가 내게 빛을 뿜어. 내게로 마구 쏟아져, 견디기 벅찰 정도로.대체 왜…….“어? 그쪽은!”“하아.”규연은 눈부신 빛을 바라보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면서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은약 외전

어느 날, 황제가 바뀌었다. “너의 혼약자는 황제였다. 이락성위 문요가 아니라, 황제.” 그녀는, 황후가 되기로 약속된 여인이었다. “만약 문요가 태자 신분으로 죽고 내가 황위에 올랐다면, 너는 누구의 처가 되었을까.” 하늘이 뒤집혔다. “문요가 조금 늦게 죽은 것뿐이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았다. 세상을 다 훔쳐 간 걸로 모자라 기어이 제 집안까지 탐내는 더러운 찬탈자. 제 혼약자를 죽인 원수. “수백은약.” 제 혼약자의 아우. “이제 내가 황제다.”

추악

“우리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저는 문사혜입니다. 오라버니와 같은 부모를 모시고 있는, 문사혜란 말입니다.”그는 내 부모님의 아들이었다.나의, 오라비였다.“네 마음에 내가 없기 때문은 아닌 게로구나.”당신이었으면 좋겠다.“너는 문사혜가 아니다.”하지만 당신만큼은 안 된다.“본래 너는 서씨였다.”

비잔향

귀신 들린 아이. 소서아. "네가 죽였어, 네가. 귀신 들린 년이……." 그녀에게 닿은 사람은 피가 터져 죽었다. 저주받은 힘이었다. 어둠 속에 버려진 비참한 삶이었다. 어느 봄날,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북주태가의 가주님이시다.” '노, 놓아……!' 소서아는 팔목을 힘껏 비틀었다. 허나, 뱀처럼 똬리를 튼 사내의 손아귀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하릴없이 경직되었다. 숨도 쉴 수가 없었다. 심장이 발작하듯이 뛰었다. 머릿속에 해일과 같은 파도만 쳤다. “……!” 그러다 일순 잠잠해졌다. 거짓말처럼. “쓸 만하겠구나.” 분명…… 제 사악한 기운을 누르고 있는 게 분명한, 저, 사내. "나를 따라가기 싫다면 말하거라. 네가 다른 이의 수중에 들기 전에 죽이고 가도록." 그의 도구로, 그를 위하여 살아갈 수 있는. 그건 분명 구원이었다. 그럴 것이었다.

여우도화

“아가.”무심한 지아비.안 그래도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데, 지아비 혼자 멀리 가신단다.앞으로 하염없이 떨어져 지내야 한단다.“가거라.”이대로 영영 멀어질 순 없었다.“이참에 시부모 없는 데서 네 둘만 지내면서, 그놈 그거 네 치마폭으로 감아 버리란 말이다.”“나리.”살랑살랑.“소첩과 약주 한잔하시겠습니까.”살랑살랑.“……소첩, 단추를 푸는 게 어렵습니다.”온 힘을 다해 꼬리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