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 민사리. 도의건설 정해성 이사는 리조트 개발 동의서를 받기 위해 유일한 외지인이자 마을 사람들에게 선망 받는 한지안을 이용하기로 한다. * “왜, 왜요?” 그의 품에 안겨있다시피 한 지안이 이제야 민망해졌는지 몸을 조금 움직였다. 그러자 오히려 그녀의 얼굴이 그의 가슴에 닿고, 그녀의 손이 그의 허벅지에 스쳤다. 해성이 숨을 멈췄다. “꼼지락거리지 말아요.” “지금 이거, 뭐예요?” 지안이 손에 스친 무언가를 다시 한번 툭 건드렸다. 공간이 좁아 차마 내려다보지는 못하고 손으로 더듬자 해성이 움찔하며 숨을 흡, 하고 들이마셨다. “……물통이에요?” 이게 뭐지? 위치상 주머니에 든 물건 같은데. 그녀가 의문이 담긴 얼굴로 묻자, 얼굴이 조금 벌게진 해성이 버럭하며 대답했다. “한지안 씨는 이런 물통 봤어요?” 그럼 이게 뭐지? 그녀가 자신의 배 부근까지 닿아오는 물건을 더듬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안 지안은 화들짝 놀라 두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세게 밀어냈다. * 그러나 해성은 알 수 있었다. 이용당하는 것은 그녀가 아닌 자신이었음을. 한지안의 눈빛, 손길 하나하나에 이유를 알 수 없이 피가 끓어올랐다. 인위적인 면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여자. 표정, 목소리, 손끝, 행동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고 속은 훤히 비칠 만큼 투명해서 자꾸 눈길이 가는 여자. 민사리에 와서 제 맘대로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호원그룹의 말단 직원 은호는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었던 성지훈 전무와 결혼을 약속했다. 1년 3개월이라는 시간, 10억이라는 보상이 있는 계약 결혼으로. 사랑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남자. 서늘한 인상과는 달리 내면은 다정함으로 들어찬 남자와 시작한 결혼 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우리 호원에 네까짓 게 가당키나 한 줄 알아? 당장 나가!”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고리타분한 시할아버지와 호시탐탐 자신을 내쫓을 생각만 하는 호원家 사람들 속에서 은호는 생각했다. 어차피 계약이 끝나면 남남이 될 사이, 나까지 이 사람들에게 고개를 조아릴 필요가 있나? “……싫은데요?” 당돌한 은호의 대답에 집안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녀와 결혼한 지훈조차 간과한 한 가지가 있었으니, 그녀는 절대 호락호락한 며느리가 되어줄 생각이 없다는 것! 남보다도 못한 가족 사이에 홀로 남은 지훈이 어쩐지 가여워진 은호는 다짐했다. 이 남자의 유일한 가족이 되어주겠다고.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기죽지 않는 용은호의 매콤달콤한 시월드 정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