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 민사리. 도의건설 정해성 이사는 리조트 개발 동의서를 받기 위해 유일한 외지인이자 마을 사람들에게 선망 받는 한지안을 이용하기로 한다. * “왜, 왜요?” 그의 품에 안겨있다시피 한 지안이 이제야 민망해졌는지 몸을 조금 움직였다. 그러자 오히려 그녀의 얼굴이 그의 가슴에 닿고, 그녀의 손이 그의 허벅지에 스쳤다. 해성이 숨을 멈췄다. “꼼지락거리지 말아요.” “지금 이거, 뭐예요?” 지안이 손에 스친 무언가를 다시 한번 툭 건드렸다. 공간이 좁아 차마 내려다보지는 못하고 손으로 더듬자 해성이 움찔하며 숨을 흡, 하고 들이마셨다. “……물통이에요?” 이게 뭐지? 위치상 주머니에 든 물건 같은데. 그녀가 의문이 담긴 얼굴로 묻자, 얼굴이 조금 벌게진 해성이 버럭하며 대답했다. “한지안 씨는 이런 물통 봤어요?” 그럼 이게 뭐지? 그녀가 자신의 배 부근까지 닿아오는 물건을 더듬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안 지안은 화들짝 놀라 두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세게 밀어냈다. * 그러나 해성은 알 수 있었다. 이용당하는 것은 그녀가 아닌 자신이었음을. 한지안의 눈빛, 손길 하나하나에 이유를 알 수 없이 피가 끓어올랐다. 인위적인 면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여자. 표정, 목소리, 손끝, 행동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고 속은 훤히 비칠 만큼 투명해서 자꾸 눈길이 가는 여자. 민사리에 와서 제 맘대로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