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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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바라는 당신에게

학대와 방치 속에 살아온 자신에게 어느 날 갑자기 벼락처럼 날아든 혼인 서약서. 상대는 매일 마물의 피를 뒤집어쓰고 다닌다는 미치광이 공작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무작정 도망치지만, 죽음 직전 눈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그 공작이었다. 그리고 그는 1년 전, 자신이 목숨을 구해 주었던 남자였다. “왜 너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 트리스탄의 날카로운 눈빛이 오롯이 그녀에게 내리꽂혔다. 메마른 붉은 눈동자가 묘하게 일렁이며 시선을 얽어 오더니, 한순간에 가까워졌다. 갑자기 한쪽으로 기우는 침대에 당황한 그녀가 몸을 물릴 새도 없이, 그는 자신의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매끈하고 탄탄해 보이는 팔목 안쪽으로, 무언가에 긁힌 듯한 흉터가 있었다. “호수에서. 기억 안 나나?” 말라붙은 짐승의 피 같은 눈동자는 집요하게 시선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네가 나한테 손을 뻗었잖아, 엘리아나.” 그는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느릿하게 흉터를 만지작거렸다.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 쭉, 나는 오직 너여야만 했어.” *** 불행한 삶 속에 갇힌 채 살아가던 여자와, 불멸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여자가 필요한 남자.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우리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