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벨린 디네스는 시원한 사이다 복수물 소설 속 세계로 환생했다. 문제는 그녀가 바로 그 복수를 당하는 악녀라는 것. 여주의 남편인 황태자와 부정을 저지르며 악행을 벌이다 결국 단두대로 향할 운명이라니. 그렇게 살 수는 없지! “그래, 허접한 원작 남편을 미리 치워버리자!” 그리고 원작 여주와 남주를 이어주고 이 망할 운명에서 탈출이다! 그렇게 여주와 황태자 이안이 사랑에 빠지는 계기까지 막는 건 성공했다. 그랬는데…… ‘대체 이 사람이 왜 내 옆에서 자고 있는 거야?’ 실수로 그 황태자와 하룻밤을 보내버렸다. 이대로 가면 원작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머리를 쥐어뜯던 로벨린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 어차피 이안은 문란한 남자니까. 하룻밤의 불장난은 잊어버리리라 기대하면서. * * * "너잖아. 날 먹고 튄 여자." 문을 열지 못하게 막아버린 이안의 손을 발견한 순간. 로벨린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아, 아니요, 사람을 착각하신 것 같은―" "그래?" 시치미를 떼는 로벨린의 말에 이안이 도리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여유로운 손길로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내리고 있었다. "그러면 확인해 볼까?" "뭐, 뭐를요?" "그날 그 여자가 네가 맞는지 아닌지 말이야." 똑같이 재연하면 기억나겠지. 톡, 그의 말과 함께 셔츠의 마지막 단추가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