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누나로 빙의했다. 남주의 목에 칼을 겨누고 여주를 감금하는 극악무도한 흑막. 이런 놈의 누나로 빙의하다니. 운도 지지리 없지. 다행인 건 아직 어려 갱생의 여지가 조금은 있다는 건데……. “으아아앙.” “왜 울어?” “스칼렌 황자님이 내 장난감 뺏어갔어. 흐아아앙.” “또???” 황자의 목에 칼을 겨눌 녀석이 황궁만 다녀오면 장난감을 다 뺏겨 오니, 원. 흑막 체면 다 구긴다. 이런 녀석을 굳이 갱생시켜도 되나 싶다. 아니, 애초에 왜 항상 뺏기고 오는데? 아무리 흑막이라도 내 새끼 건드리는 건 못 참지. 아직 아무것도 안 한, 착하고 귀여운 아인데! “제 동생이 아끼는 드래곤 인형 가져가셨죠? 돌려주세요.”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분명 남자주인공은 착했으니까. 그런데……. “장난감만 뺏는 게 어디야.” “……네?” “생명 없는 걸 빼앗기는 게 덜 슬플 텐데.” 순한 줄만 알았던 남주가 이상하다. 내가…… 흑막 이름을 잘못 알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