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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조연의 최후는 도망

피폐물 소설 속에 환생했다. 그런데 문제가 두 가지나 있었다. 먼저 이 소설의 결말이 꿈도 희망도 없이 다 죽어 버리는 파멸 엔딩이라는 점. 그리고 내가 그 결말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살해당하는 악역 조연이라는 점이었다. 당연히 죽기 싫으니까 원작을 조금 바꿔 보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잘 해내 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 “드디어 지긋지긋했던 약혼도 끝낼 수 있겠네. 나는 줄곧 이 관계가 끝나기만을 기다렸거든.” 이건 배신감 같은 게 아니었다. 비록 신전의 압력에 의해 강제로 맺게 된 계약 결혼이었지만, 제스티안의 약혼녀로서 함께해 온 시간들이 나에겐 더없는 보물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들을 소중히 여긴 게 나뿐이라는데. 눈치도 없이 혼자서만 기대했다가 결국 초라해지게 된 이 감정이 고작 배신감일 리 없었다. 그래서 나는 원작 여주를 데리고 도망쳤다. “리네아, 나 임신했어.” “……뭐?” 근데 얘가 이럴 줄은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