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 그룹 부사장의 호출을 받은 은이나.“은 과장이 태진이와 잘 안다고 들었는데, 맞아?”은이나는 5년 전 문태진의 사수였다. “일 잘해. 안면 있어. 해결사로 은 과장이 적격이네.”“무슨 말씀이신지……요.”약간 불안해진 이나의 말끝이 느리게 흐려졌다.“태진이 요새 출근 안 하는 건 알지?”“…….”이나는 대답 대신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출근시켜.”손가락 사이에서 담배를 툭 반으로 부러뜨리며 부사장이 단호하게 말했다.***“저와 같이 출근길에 오르면.”제 두 손을 맞잡은 이나가 정중한 자세로 태진에게 말했다.“오르면 뭐.”“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너무나 딱딱하고도 맥 빠지는 대답이었다. 태진은 하, 하고서 어이없는 헛웃음을 날렸다.“자고 갈래?”그때 예상외의 말이 이나에게 날아들었다. “그건…….”계획에 없던 질문이어서 이나는 당황했다.“처음도 아니잖아.”픽 웃던 태진이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훅 가까워진 그가 이나의 눈을 묘한 눈빛으로 들여다보며 말했다.
서혁은 나연의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품에 안았다. “오늘 했던 건 무엇이었나요. 얼마나 더 해 드려야…….” “해 드려야?” 눈치를 보며 꺼낸 나연의 말에 서혁의 눈매가 삐딱하게 올라갔다. 합이 맞아서 같이한 행위가 아니었던가. “해외 파견. 내가 왜 승인해 줬는데.” 두 달 전, 나연은 서한 재단의 해외 지사에 공석이 생겨 파견 신청을 했다. 하룻밤 일탈로 1년째 몸만 섞는 관계인 서혁이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승인이 떨어졌다. 끝맺음만 확실히 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며.”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게….” 말끝을 흐린 나연이 입술을 말아 물었다. 고개를 내린 서혁이 나연의 입가에 딱 붙어서 건조하게 말했다. “끊어 가자고?” 이윽고 서혁의 혀끝이 나연의 입술 주위를 훑고 지나갔다. “이러면 약속 위반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