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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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엔 받아주려 했는데

사랑했던 남자가 나를 살해했다. * “저, 전하. 저는 음식에 독을 탄 적이 없어요. 제가 대체 왜,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 네가 그랬을 리가 없지. 내가 그런 거니까.” 황제조차 견제하는 유력 귀족가의 외동딸로 태어난 엘리나 에스트리아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건 고작. “카이안 오빌리언이 널 사랑하는 걸 알았는데 어떻게 살려둘 수 있겠어. 그 새끼가 죽도록 절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텐데.” 엘리나의 첫사랑이자 에고니아 제국의 아름다운 쓰레기인 황태자, 그가 증오하는 남자인 카이안 오빌리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고작 그따위 이유로 죽어야 했다면, 엘리나는 차라리 황태자가 증오하던,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 남자-카이안과 맺어져 누구보다 행복해지겠다고 결심한다. 그런데. “제가, 좋다고요.” “네. 믿기 힘드신 건 알지만…….” “아뇨, 엘리나 양의 말을 믿습니다. 얼마 전까진 베르딘 전하를 좋아하셨고요.” “…….” “저 다음에는 누구를 좋아하실 예정입니까?” 이번 생엔 그저 받아주면 될 줄 알았던 남자가 자꾸만 벽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