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을 기억함과 동시에 내가 사는 이 세계가 소설 속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뭐? 여기가 이름이라도 등장하는 인물은 다 죽어 버리는 19금 피폐 배드 엔딩 소설이라고?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가 시녀로 배정받은 공작가가 세계를 멸망시키는 악역 댁이란다. 게다가 평은 최악, 거의 살아 있는 지옥이라 불리는데……. 그러나 포기는 이른 법. 길고 얇은 삶이 나의 목표인 만큼, 나는 이 소설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뭐 했냐고? “사실대로 말한다, 사실 네 남자 친구는 너와 배다른 남매다. 고로 너희는 이어질 수 없다.” K-드라마 작가였던 전생의 직업을 살려 이 소설의 악역이자 주인댁 아가씨와 인형 놀이 하기. 그런데… 이 아가씨, K-드라마 전개에 너무 과몰입한 거 같다.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얼마면 돼? 너를 소유하려면 얼마면 되냐고!” “내 안에 너 있다. 시켜 줘, 네 명예 호위기사.” ‘내가 대체 뭘 가르친 거지?’ 백지 수표와 땅문서, 각종 전리품은 물론이고……. “오다 주웠다, 가져. 네가 미남이 취향이래서 갖고 왔지만… 너를 위해서 그런 건 아니야.” 심지어는 사람까지 턱턱 내민다? 어, 그런데 이 사람……. ‘남자주인공 아니야?’ 나는 쇠사슬에 꽁꽁 묶여 이쪽을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 남자주인공을 응시했다. …제가 납치한 거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