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두르며 목을 안고 마주한 여자의 희고 작은 얼굴이 예뻤다. 결국, 집요하게 파고드는 입술을 뿌리치지 못한 주호가 그녀의 입술을 깊게 삼켰다. 재영은 고개도 가누지 못한 채 그가 리드하는 대로 따라왔다. 침대 위로 올라선 주호가 재영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간지르며 맞춰오던 입술을 그는 거칠게 맞물렸다. 언제 멈춰야 할지 주호 자신도 알지 못했다. 재영의 상체로 올라온 손은 셔츠의 단추로 향하고 있었다. 숨이 차오르는지 재영이 입술을 떼어내며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는 반쯤 풀린 눈으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 알아요?" 그녀가 오늘밤 자신을 원하고 있는게 맞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응." "누군데?" 재영은 대답 없이 주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난 내일이 되면 후회할지도 몰라. 당신은?" 잔뜩 흔들리는 눈으로 주호가 물었다. "난 네가 좋아." 재영이 다시 입술을 가져다 댔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주호가 재영에게 달려들며 또다시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깊은 입맞춤은 달콤한 과일 같이 달았다. "이호, 난... 네가 좋아." "뭐라고? 이호? 하..." 술에 취해 꿈인지 생시인지도 분간 못하는 여자를 데리고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침대에서 내려온 주호가 재영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당신 지금 누구한테 키스 한 거냐고.” 얼굴을 잃고 기억을 잃은 두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이야기
“ 너와 했던 모든 게 나는 다 처음이었어.” 범기는 제 모든 걸 다 주고 싶을 만큼 은이가 좋았다. 도톰한 소녀의 입술을 허락 없이 훔칠 만큼 미치도록 은이가 예뻤다. 좋은 만큼 미웠고, 미워할 수 없을 만큼 신경이 쓰였다. 마음을 줘 버리자 갑자기 돌변해 버린 썸남. 이유도 모른 채 지독하게도 으르렁 거렸던 은이와 범기. 두 사람의 재회가 하필이면 학부모와 담임이라니. “나라서 안 되는 건가?” “제기랄. 도범기 저 재수 없는 자식.” 또다시 몽롱해진 눈이 파고들었다. “이럼, 내가 오늘 널 놓을 수가 없어.” “마음대로.” 은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범기의 몸이 은이에게로 기울었다. “유혹하는 거야?” “…” “그 말, 지금 되게 위험해. 나한텐 허락으로 들려.” “해보시던가.” “조은이, 한 입으로 두말은 안돼.” “왜? 겁나?” 은이가 범기처럼 말하고 있었다. 설핏 입술 끝에 미소를 걸며 범기가 피식 웃었다. ”지금 이게 내가 겁내야 하는 상황인 거지? 그런데, 뭘 겁내야 하는 건데?” “애 엄마가 매달리기라도 할까 봐, 겁나는 거잖아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