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직전의 나라의 왕녀에 빙의해버린 엘레아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나라를 등져야만 한다. 나는 잘생긴 남자랑 평범하게 살고 싶단 말이야! “혹시, 고문 기구 같은 것들 있을까요?” “……음?” “왜, 있잖아요. 인두…… 라고 하나? 그, 숯에 달궈서 막 지지고 하는 거.” 그렇게 찾아간 상대국의 지하 감옥. 나라를 후딱 팔아넘길 수만 있다면 고문당하는 연기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 *** “허벅지.” -치이이익! 가열음과 함께 고기에서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고 있던 엘레아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 아아악!” “…….” 예고도 없이 진행한 연극에, 조금 머뭇거린 비명이 튀어나왔다.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이는 목소리였다. 레시온의 눈썹이 처량하게 내려앉았다. 괜히 고개를 들어 올린 엘레아나는 마주한 레시온의 모습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아, 아니……! 예고는 해 주셔야죠!” “했잖아, 허벅지라고.” “아, 아니……! 말하고 바로 지지는 게 어딨어요! 순사기……!” “사기는 지금 그쪽이 하는 게 사기고.” “그, 사기. 지금 전하께서도 동참 중이시거든요? 으악! 고, 고기 타요!” “……아, 이런.” 쫑알거리는 동안 달군 쇠를 너무 오래 올려뒀던 탓에, 고기 한쪽이 까맣게 타고 말았다. 엘레아나는 다급히 지푸라기 침대에서 벗어나 불판 앞으로 달려왔다. “으아……. 이 아까운 녀석을 어떡해……. 으으……! 이건 전하가 드세요!” *** 그런데 어쩐지 이 남자랑 조금 친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