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의 배경은 조선후기 시류와 정치를 차용한 가상시대입니다. 작중 등장하는 인물 및 지명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므로 독서에 참고 바랍니다. 호수를 찾으러 몰래 출궁한 것이 발단이었다. 혜강은 하필 원수 가문의 아들이자 금군별장인 재윤의 눈에 잘못 띄고 말았다. “별장께서 호위에 이렇게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습니다. 뒷배가 이리도 든든하니 다음부터는 호수 말고 바다에 빠져야겠네요.” “꼭 손발이라도 묶어 달라고 애원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그 귀는 아주 멋대로 알아듣는 데 타고났나 봅니다.” “그럼 어디 도망가 보십시오.” 재윤의 말 한마디가 혜강을 멈춰 세웠다. 의외인 반응이라 뒤를 돌아보자, 뒷짐 진 그가 집요한 시선으로 서 있었다. 입술 끝을 휘어 올려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도망친 표적을 쫓는 것을 즐기는, 서늘한 광기마저 느껴지는 미소가 이상하게 야해 보였다. “되도록 멀리 가셔서 잡히진 마시길 바랍니다.” 그는 어느덧 성큼 다가와 있었다. “하나 제겐 말도 있고, 검도 있고, 마마의 몸에 손을 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