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된 집에서 언니를 대신하여 그림 그리는 이연서. 친엄마의 죽음으로 상속된 토지를 팔면 거액을 주겠다는 남자, 서이한이 눈앞에 나타난다. 입양된 집에서 나오려면 이 남자가 필요했다. “그 토지 오늘 중으로 전무님에게 팔게요. 단 전무님과의 결혼이 조건입니다.” “내가 토지만 필요하다고 했지. 이연서 씨도 필요하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그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지만 얼굴에 당황이라는 글자는 없었다. 낮게 깔린 저음의 목소리는 상속을 빌미로 재벌가에 시집이라도 오겠냐는 비꼼만이 느껴질 뿐. “전무님도 저 필요하실 겁니다. 토지가 전무님 손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꽤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걸 제가 알거든요.” 연서는 떨지 않았고, 서늘한 눈빛의 이한과 눈을 맞췄다. 반협박으로 성사된 계약 결혼의 조건은 아트센터 착공되기 전 6개월 결혼생활, 유학 후 합의 이혼. 한 사람이라도 상대방에게 감정을 느끼면 깨진다. 그러나 계약 결혼은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꾸 흘러가고.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지 않아. 불쌍하게 살았던 예전 모습은 집어치우고 내 아내 자격으로 살아. 어려우면 흉내라도 내면서 붙어 있든가.” 차갑고 냉정했던 그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과거 따위는 상관없단다. “같은 침대가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면 끌려야 되는 거 아닌가.” 오만했던 남자가 그녀의 몸과 마음을 얻기 위해 다가간다. 자꾸만 다가오는 저 남자를 피할 수 있을까. 연서는 그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