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채
도희채
평균평점
가이드를 함부로 줍지 마세요

※본 작품에는 미성년 학대와 관련된 묘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주던 이가 죽었다. 그를 위해 가이딩 에너지를 전부 끌어다 썼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그의 곁을 지켰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텐데….’ 후회와 자괴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쓰러졌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호는 3년 전까지 갇혀 지냈던 불법 가이딩 시설의 복도 한가운데 서 있었다. “뭐, 뭡니까? 어디 다치신 겁니까?” 그 끝에 ‘그’가 있었다. 3년 전 그날처럼, 몸에 딱 달라붙는 전투복을 입은 백도진이. ‘백도진이 죽고 난 후,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구나.’ 어쩌면 이게 백도진이 나오는 마지막 꿈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지호는 필사적으로 그의 품에 매달렸다. 어깨를 토닥이는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지호는 꿈에서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우…으응…?” 그런데 이상하다. “당신이 싫어하는 건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겁먹지 마세요.” 왜… 왜 정말 꿈에서 깨지 않지? *** “쉬이- 괜찮습니다. 울지 마세요.” 굳은살이 박인 엄지손가락이 지호의 눈물을 훔쳤다. 그러고는 찡그려진 미간을 슬슬 문질러 주름까지 펴주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눈물을 닦고, 주름을 펴 주는. 그 정도의 가볍고도 얄팍한 접촉.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도진은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에 이를 악물어야 했다. 조금 더 닿고 싶다. 조금 더 만지고 싶었다. 살짝 벌어져 색색거리는 작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접붙이고, 그 안을 탐하고 싶었다. ‘이, 미친 새끼가….’ 도진은 저도 모르게 든 생각에 눈가를 찡그리며 지호의 얼굴에서 황급히 손을 뗐다. 아니, 떼려고 했다. “우으…?” 바르르 떨리던 지호의 눈꺼풀이 들리고, 그 아래 감추어졌던 연갈색 눈동자가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흐으응….” 몽롱한 잠기운을 안은 지호가 손을 들어 도진의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지, 지호 가이드.” 그의 커다랗고 거친 손바닥에, 자신의 뺨을 기대고 비비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아….” 도진이 목을 울리며 신음했다. 척추가 저릿해질 만큼, 엄청난 가이딩 에너지가 밀려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