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애 씨, 이 시간에 왜 여기 있죠?” 강준우는 딱딱한 말투였다. 싸늘한 눈빛을 하고 얼굴엔 노기가 띠어 있었다. 분명 한낮인데도 지애는 약간의 서늘함을 느꼈다. “회사 면접 있어서요. 계약할 때 미리 말씀드렸던 사항입니다.” 지애는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준우를 보고 꼬투리라도 잡힐까 봐 당당하게 받아쳤다. “하. 또 멋대로 구네.” 지애는 피식거리며 실소를 내뱉은 그를 멍하니 보았다. 그에게 느껴졌던 약간의 따뜻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멋대로 굴다니요? 권 여사님께 면접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우습나.” 묵직한 음성이 지애의 심장을 쿵 떨어트렸다. “네?” “계약서대로 이행 안 하네요.” “…….” 생각해 보니 그랬다. 구두 계약인 셈이었다. 젠장. 지애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고 놓지 않았다. “내가 큰일 치른다고 했을 텐데.” 지애는 할 말이 없어서 성난 고양이처럼 준우를 노려보기만 했다. “책임. 지셔야 할 겁니다.” 준우가 말을 내뱉고 뒤돌자, 지애가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 “자, 잠깐만요! 무슨 책임을 져요.” “지금까지 어긴 사항. 전부. 그에 대해 배상해야죠.” “무, 무슨 배상이요? 아니, 아니. 배상이라니?” 지애의 눈동자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준우는 가만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든. 하셔야죠. 천지애 씨.”